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 등의 기준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에 50% 이상을 가산해 산정된다. 노동자의 월급에서 어떤 임금항목을 통상임금 산정시 포함하는지 여부는 임금 총액과 노사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 전합 선고 2012다89399)에 따라 매월 혹은 매분기에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거나 매월 일정한 재직일수를 충족해야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돼 왔다.
재직자 요건이란 노동자가 지급기준이 되는 시기에 재직했는지 여부에 따라 상여금 지급을 결정하는 조건을 말한다. 가령 어느 회사가 취업규칙을 통해 설과 추석의 명절상여금을 ‘매월 상여금 지급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근거하면 지금까지는 지난 추석을 지나 근로를 제공하다가 설을 앞두고 상여금 지급일이 속한 달의 임금 지급일에 퇴사한 노동자는 상여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반면 지난 추석 이후 입사해 설 상여금 지급일에 재직 중인 노동자는 상여금을 지급 받는다.
이처럼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해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은 ‘재직이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마찬가지로 재직일수에 따라 지급이 달라지는 경우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켜 왔다. 가령 월 15일 이상을 근무해야 지급하고 월 14일 이하로 근무하면 지급하지 않는 정기 상여금도 월 15일 재직이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해 지급되는 것으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해 왔다.
통상임금이란 초과근로의 가산율을 적용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의 임금이다. 따라서 이는 사전에 객관적으로 정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에 해당하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정상적으로 노동하면 지급하기로 정한 노사 간의 기본임금이 돼야 한다. 여기에 임의적으로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낮게 지급하기 위해 설정한 재직자, 근무일수 요건은 엄밀하게 보면 사후적으로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0여 년간 논쟁 끝에 다시금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 하는 판결(대법 2020다247190)을 내놨다. 그동안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통상임금 산정에서 배제돼 온 재직자 요건과 재직일수 요건이 붙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재판부가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을 설정한 취지를 잘 지키는 방향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하려 노력했다는 점은 이번 판결에서 가장 큰 성과다. 근로기준법은 시행령에서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이라고 정의해 왔다. 지급 법령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사용자가 정한 ‘재직자 요건’을 ‘고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하며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무시해 온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행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초과노동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표에 부합하도록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한 점도 긍정적이다.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을 정해 초과노동에 대해 가산율을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자의 건강과 자유를 제약하는 장시간노동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재직자, 재직일수 요건을 인정하는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령상 근거 없이 축소시켰고 사용자로 하여금 장시간 초과노동을 부담 없이 시킬 수 있게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여 초과노동에 대한 부담을 높여 장시간 노동 제한의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판결 법리의 적용 범위를 제한한 것은 아쉽다. 재판부는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보호에 반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재직자 요건과 재직일수 요건이 담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그동안 낮은 통상임금으로 초과수당을 적게 지급 받아온 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은 훼손돼도 좋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