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윤석열이 내란을 꾀하며 반민주 폭거를 일으키기 전부터 지역에서는 상담 전화로 시민들이나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왜 한국노총은 윤석열 퇴진에 나서지 않는지 질책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할 말이 없고 부끄러웠다. 윤석열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으로 윤석열 퇴진 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많은 시민이 무도한 윤석열의 본질을 알리기 위한 그동안 민주노총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고, 뒤늦게 윤석열 퇴진에 동참한 한국노총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나눠주는 선전물에 냉랭했던 평소와는 다르게 양대 노총이 나눠주는 탄핵 선전물을 추위에 떨면서도 줄지어 받아 갔다. 시민들을 위해 손팻말과 양초를 준비한 한국노총의 간부는 지난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기쁘다고 했다. 윤석열의 반민주 폭거가 시민과 노동조합을 하나로 만들었다.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 윤석열 탄핵 촉구 촛불시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7일 여의도 집회에서 경찰이 친 저지선을 넘어 국회 앞 대로로 진출하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제안에 많은 시민이 호응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양대 노총 중에서도 특히 민주노총을 귀족노조, 종북세력이라 매도하며 시민들과 분리를 시도했다.
평소 같았다면 시민들은 민주노총의 주장이 과도하다며 경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저항과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욕구는 더 이상 경찰의 저지선 안에 가둘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시민의 폭발하는 분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앞장서서 치우겠다는 민주노총의 결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광경을 지난 박근혜 탄핵을 위한 광화문 광장의 거대한 촛불 집회에서 경험했다. 사실 촛불들이 여기저기서 흘러 자발적으로 타오르듯 보였지만 조직된 노동조합의 헌신적 활동도 소중한 불쏘시개가 됐다.
가진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은 무질서와 혼란을 두려워하며 질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윤석열이 내란을 획책하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다음 날, 제정신인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세운 대통령이지만 윤석열 정권의 종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윤석열을 만나고 돌아온 다음 날 국민 다수가 윤석열의 즉각 탄핵을 주장하는데도 이들은 탄핵은 안 된다고 태도를 바꿨다. 다시 무질서와 혼란을 막겠다며 자신들을 믿어 달라는 현수막을 지역구마다 내걸기 시작했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헌정질서의 회복을 위해 헌법이 정한 위헌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무질서라 폄훼하고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권력 나눠 먹기를 질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선거를 통해 권력을 부여한 바 없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총리와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섰다. 국민의 힘 정치인들이 투표에 불참하며 국민의 탄핵 열망을 걷어찬 덕분에 헌법을 위반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여전히 국군의 통수권자인 기막힌 상황이 오히려 무질서가 아닌가?
선택할 자유를 주장한 밀턴 프리드먼을 팔아가며 윤석열은 교묘하게 자유를 가장해 친기업적 노동시장을 구축하려는 경제인 편만 들었다. 정부의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면 국가의 권력을 폭력적으로 이용해 입을 막았다. 노동조합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취약 노동 계층에 노동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고 보조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민주노총에 종북 딱지를 붙여 탄압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제 국민 앞에 윤석열 정권의 반민주 폭정의 실상이 드러났다. 헌정질서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윤석열과 같은 반민주주의 괴물의 탄생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노동조합도 다시금 민주주의를 위한 긴 여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