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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는 장시간노동·저임금에 최적화된 DNA라도 있나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4년12월02일 13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 일터까지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지만 더운 여름날과 추운 겨울날에는 걷는 게 여간 고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전철까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1천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4개 단지가 밀집된 곳이라 출퇴근 길 전철로 마을버스를 이용하려는 노동자들은 북적이지만, 마을버스 배차간격은 10분이 넘는다.

출퇴근길 마주치는 마을버스 기사님들은 모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가장 젊어 보이는 분이 50대 중반을 넘겼을까. 기사님들은 잔뜩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 같은데 승객들은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거친 운전에 긴장을 놓기 어렵다. 전철역까지 직선거리를 1㎞ 남짓 되는 거리지만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하고 구불구불한 동네 길을 돌아 운행하기 때문이다. 교통신호 걸리는 걸 고려하면 사실 걸어가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올해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 사업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차량 대비 이를 운행할 운전 노동자의 비중은 적정인원(약 3천5백 명) 을 밑돈다. 등록된 마을버스는 약 1천590대인데 실제 운행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약 2천900명 남짓이다. 마을버스 1대당 2.2명 필요하니 서울시는 올해 기준 마을버스 운수 종사자가 541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당연히 운행이 어려운 차량이 생기고 차량의 배차간격은 늘어난다. 마을버스를 이용하며 생기는 출퇴근 시민들의 불편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을버스 운전 종사자 부족을 외국인 청년노동자를 들여와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단순 노무가 가능한 E-9 비자 소지자는 마을버스와 같은 운수업 종사가 어려운데 고용노동부에 E-9 비자 소지자도 버스 운송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상담하다 보면 마을버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시간 일하고 저임금에 고통 받는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2교대로 일하는데, 월 근로일수는 평균 26일이다. 이를 주로 환산하면 1주 54시간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상한을 넘는다. 그런데도 임금 수준은 월 30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운송사업주쪽의 분석으로 노동조합은 시급 1만 원이 채 안 돼 세후 월 300만 원에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단순취업비자로 일할 수 있는 업종에 운수업을 추가해 이주노동자를 마을버스에 투입해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근시안적이다. 당장 버스 운전 종사자들이 취업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필리핀 가사노동자 도입에 이어 마을버스 운전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성토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처우를 개선해 내국인 노동자를 유인하기보다 인건비만 아끼려고 외국인을 들여오다 보면 너도나도 마을버스 운전을 기피하고 열악한 근로환경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마을버스 이주노동자 도입 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청년 운수종사자 도입 건의는 서울시 마을버스 조합의 건의에 따라 시행한 것이라며 정책 도입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총 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지부는 서울시의 정책을 “즉흥적이고 비용 중심적인 정책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실제 현장에서 버스를 운행하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의견에는 귀 기울였는지 의문이 든다.

제조업을 비롯해 주요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사업주단체와 정부는 장기적으로 기술 발전을 이용해 노동력을 대체하고, 단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 도입을 확대해 내국인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회피하려 한다. 내국인 노동자가 못 버티는 가혹한 노동환경을 이주노동자는 견딜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지난 가을 작업장을 이탈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이 증명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업주단체와 서울시는 운송 노동자와 마주 앉자 차분하게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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