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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책 분야 2024년 평가와 우리가 갈 길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등록일 2024년12월10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양극화·불평등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역설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흐름이 감지된 한 해였다.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이어 각종 부자감세 논란, 더불어 실질 소득감소가 계속 이어지면서 구매력이 약해진 국민과 이로 인해 부진한 기업실적 등 다양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사회정책은 어땠을까? 감히 말하자면 ‘갈등’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계급갈등을 최소화하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부족한 시장소득을 보완하여 기본적 생활을 영유하도록 하여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통합을 추구해야 할 사회정책이 사회적 갈등을 만드는 기제로 작동하였다.

 

갈등으로 가득했던 사회정책 분야는 과연 2024년엔 어땠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기다 끝난 연금 개악

 

첫 번째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연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부터 개혁 패키지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조작된 공포라 할 수 있는 ‘기금고갈론’을 내세워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위해 반드시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재정 안정화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만 내세웠다.

 

하지만 과거부터 노동·시민사회진영이 주장해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전제로 하여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사각지대 해소, 국가책무 강화 등을 담은 소득 보장성 강화론과 대립을 이어나갔다.

 

21대 국회 막판에 전개된 시민 공론화 절차를 통해 숙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이 보장성 강화를 선택하게 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던 연금 개악은 그야말로 난관에 빠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평가되던 여론지형을 무기 삼아온 정부와 여당은 재정 안정화 개혁이 훨씬 더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고 잘못 전망한 탓이었다.

 

결국, 정부는 21대 국회 막판 협상 과정에서도 어떤 결과든 별로 받고 싶은 생각을 보이지 않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서 다시 논의하자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8월 말 9월 초에는 더욱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한 번도 공식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았던 급여의 자동안정화 장치(이른바 ‘자동삭감장치’)와 전대미문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을 담은 정부의 연금 개악안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에 더해 노동·시민사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를 통해 이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은 급속도로 커져 갔다. 차관이 홀로 나서 여기저기 뛰며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있지만 지금 국민은 이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결국, 세대 간 갈등만 조장되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동안 국민은 지쳐만 갔다.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노후를 불안해하지 않을 시민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실제 연금개혁을 하고자 하는 의지, 개혁내용의 준비보다는 연금 개악을 빌미로 세대로 나누어 국민을 갈라치는 행태만 보이며 시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미래세대는 연금을 못 받을 것처럼 기성세대의 연금제도를 악마화시키고, 공적연금보다는 사적연금이 더 우수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을 이미 국민은 보았고 이에 지쳤다. 세대 간 갈등만 갖고 연금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의 말은 공수표가 되고 만 것이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또 큰 문제는 바로 의료대란이었다. 정부는 의사(정확히는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집단이기주의를 혁파하겠다며 의료개혁을 울부짖었고, 이를 위해서 반드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초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움직임에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의사들은 진료 거부, 휴진 등으로 극렬히 반대했다. 여기에 더해 전공의들이 집단휴학을 하고 대학병원 등 수련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병원은 진료일 및 진료시간 축소 혹은 휴업 등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결국 실제 의료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크게 두드러진 문제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였다. 건강상 긴급한 문제가 생겨 119로 전화하고 구급차에 오르기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구급차가 이송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 의사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민은 의사들이 이기적이라고 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은 정부는 왜 손 놓고 방관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 문제를 여당이 해소했다면 총선의 결과는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었다. 의대 정원문제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대화나 협의 없이 추진한 사안으로 인해 발생한 현장의 의료대란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사이면서 군복무를 하는 공보의를 차출하여 응급실 등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병원들에 공문을 보내 의료현장에서 진료 거부 등 문제가 생기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말 현장에 문제가 없었다면 정부는 왜 이런 방식을 쓴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정갈등으로 국민은 병원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넘어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원래 한 번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인지라 죽음은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살 수 있는데 죽게 되었다는 불안감 말이다. 갑자기 크게 다치거나 쓰러지면 찾게 되는 응급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불안감, 수술 한번 받으려면 이제는 2~3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하는 불안감은 한국인들에게 또 다른 일상이 되어버렸다.

 

약자를 지치게 하는 약자복지, 우리의 대안은

 

윤석열 정부는 이 외에도 유보통합이라든가 사회서비스 민간부문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 의료급여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드러냈다. 약자복지를 내세웠지만 약자를 도리어 지치게 하고 있다.

 

다시 종합하자면 사회정책 분야는 올해 갈등의 연속이었고 그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총선 이후로 혹여나 현 정부의 기조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러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불통하는 정부, 잘못된 정부 정책을 견인할 능력도 비전도 없는 여당, 여당이 쳐놓은 금투세 그물에 허우적대고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제1야당 등 답답하기만 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에 변화를 점칠만한 기회도 엿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안, 우리의 움직임이다. 보편적 복지, 세대통합형 정책, 표출된 갈등을 봉합하는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며 연대하는 것만이 노동조합의 길인 것처럼, 노동과 시민이 연대하여 사회정책의 갈등이 해결되고 대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공적연금강화와 보편적 의료체계 확충, 돌봄의 공공성 확보라는 큰 틀 아래 노동·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정책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인 연대와 결과물로 정책적 대응을 공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보진영 내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며, 특히 한국노총이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여 다양한 대안들이 역동성 있게 논의되고 설계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1월 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는 공동포럼을 통해 사회정책 분야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수행하고 이를 기점으로 하여 공동대응체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공동체의 안녕과 이웃에 대한 걱정보다는 각자도생하는 삶으로 더욱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아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지금, 이 흐름을 바꾸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는 지금, 한국노총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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