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을 고찰하다
지난 10년간 불안정노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승윤 교수의 화제작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노동’을 살피며, ‘불안정노동’을 관통하는 이론과 확산 경로를 설명한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성이 구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삶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적하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새벽 배달 노동자들의 실상을 통해 한국의 불안정노동자들이 마주한 노동현장을 포착한다.
2부는 불안정노동을 양산하는 울산의 변모 과정과 쌍용자동차의 집단해고 문제, 여성 불안정노동자가 집중된 학교를 살피며 우리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력한지를 추적한다. 3부는 불안정노동 시장에 주요하게 유입되고 있는 청년 불안정노동자들의 실상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4부는 저자의 연구자로서의 성찰과 학문적 고뇌를 담고 있다. 대학의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한계와 회의감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연구가 노동자의 삶과 법 제도, 사회정책과의 관계를 푸는데 고민하는 지점들을 담아내고 있다. 책 말미에는 영미권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불안정노동의 다양성” 국내판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보호받는 사회를 위해
저자인 이승윤 교수는 ‘액화노동’을 통해 불안정노동을 설명하고 있다. ‘액화노동’이란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종속적 자영업 등 비정형적이고 비표준적인 노동이 증가하며 기존의 정형화된 노동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하나의 개념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일과 오랫동안 문제시된 비정규직이 얽히며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빠르게 변하는 불안정한 일의 형태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은 더디기만 하다.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와 같은 가짜 자영업자의 경우, 업무 완수 시 소득이 발생해 소득 불안정성에 노출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책혼합 전략을 고려하는게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임금노동자가 등장하는 가운데 자영업자도 그 모습을 달리하는 만큼 각각의 고용 형태에 따른 개별적 해결방안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보장 개혁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저자는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득보장은 제도 간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노동자가 기본적 권리를 보호받는 사회를 위해서는 진화된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 분배제도의 마련,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의 권리 강화가 필요하다.
책 속에 담긴 젊은 연구자의 열정과 고민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녹아내리고 있는 주변을 외면하며 아직도 기존의 법과 제도 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