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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건, 보여주지 않아서.

오나영

등록일 2024년12월05일 14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0월 5일 저녁, 화려한 불꽃이 서울의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100만여 명이 운집했다는 서울 세계 불꽃 축제의 인증샷이 인터넷 포털과 SNS 등을 도배했다. 같은 시각 중동의 가자 지구와 레바논, 시리아에는 이스라엘의 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1년이 넘게 멈추지 않고 있는 중동 지역의 참상은 한국 언론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폭죽과 폭격, 이 둘은 용도만 다를 뿐 ‘화약’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같다. 매년 불꽃 축제를 개최하는 한화는 전쟁에 사용되는 폭약과 무기 등을 제조하는 방위산업체이다.

 

그러나 방위산업의 측면에서도 우리는 ‘K방산의 잭팟이 터졌다’는 기사들만 주로 접한다. 원조를 받고 무기를 수입하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 곳곳에 자체 기술력의 무기를 수출하는, 자랑스러운 국가가 되었다는 ‘국뽕’ 가득한 기사들 말이다.

 

며칠 전, 집에 와서 책을 펼쳤다. 가자 지구 출신의 소설가 아테브 아푸 사이프가 쓴 <집단학살 일기>다.

 

가자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7일부터 12월30일까지, 85일간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몇 개월 만에 자신의 고향이 완전히 파괴되고, 폭격으로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 자기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남긴 기록이다.

 

“동네에서 표적이 된 지역은 완전히 사라졌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건물들이 서로의 위로 무너진 게 마치 졸다가 넘어지면서 옆에 있는 건물도 넘어뜨린 것 같았는데, 잔해에서 두 건물을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자발리야의 명물인 옛 골목길과 좁은 차선도 전부 사라졌다. 전부 하나가 되어 버렸다 (...) 도시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우리가 쓰고, 움직이고, 자고, 숨을 쉴 공간은 매일같이 줄어들고 있다 (...) 도시는 움츠러들고 사라져 연기와 먼지가 되어만 간다. 도시는 돌무더기와 잔해로 전이되고 있고, 그 전이는 마치 질병처럼 모든 곳으로 퍼져나간다. 가자는 배경만 남기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사진처럼 되어 간다.”

- <집단학살 일기> 중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양측의 휴전안 합의가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오고,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 예상되자 잘나가던 ‘K-방산’의 주가가 멈칫한다는 기사들도 나온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조금씩이나마 커지고 있는 데에 기뻐하기는커녕 주식 걱정을 하고 있다.

 

평화무드 확산에 잘나가던 K-방산 '주춤'…한화에어로 -5% (2024.11.25. 뉴스1)

'중동 평화' 분위기에 K-방산 이틀째 약세…LIG넥스원 7%↓ (2024.11.26. 뉴스1)

 

중동 지역의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11월24일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023년 10월 7일 이후에 가자 지구에서 사망자가 44,000명을 넘어섰다.

 

또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이고, 이스라엘군은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17,000명 이상의 무장 세력을 사살했다고 한다. 전쟁의 참혹함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건, K-방산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과 정권이 보여주지 않는 현실을 보기 위해, 오늘도 애쓰며 하루를 보낸다.

 

“가자는 버려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학살로 (...) 살해당했다고 소식을 듣는데, 누구 하나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가자 시티와 북부를 절대 떠나지 말았어야 할 두 집단은, 이 지역을 가장 먼저 떠났다. 기자들과 국제기구를 말하는 것이다 (...) 소위 말하는 ‘현장’에서 보도를 한 이들은 극히 소수였다 (...) 지금은 그들과 함께 진실도 떠나간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 <집단학살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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