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추석, 명절이라고 시골 동네가 시끄럽다. 꼬맹이들 재잘거리며 뛰는 통에 이 집 저 집 개들이 합창한다. 기름 냄새, 고기 냄새 맡느라 킁킁댄다. 종종 두어 조각 호사를 누린다. 앉은 채로 마당 쓰느라 꼬리 털이 닳는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휘영청 달은 밝고 먹을 게 많다. 전 부치고 떡을 빚느라 일도 많다. 취업과 결혼과 집 장만 따위 질문도 많아 스트레스가 덩달아 높다. 추석 폐지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고 뉴스가 전한다. 버릴 건 무엇이고, 재활용할 건 뭔가를 두고 늦은 밤 술상 앞에 말이 많았다. 또 명절이라고 선물 껍데기며 달걀 상자 따위 폐지도 많아 허리 굽은 노인이 아침부터 바쁘다. 더는 아기 울음소리 들리지 않아 제 쓸모를 잃은 유모차에는 1kg에 100원도 안 한다는 폐지가 쌓였다. 비닐 봉지 속 찌그러진 양은 냄비와 소주 맥주병이 달그락달그락, 할머니 느린 걸음 따라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