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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C-AP, 한국에 개정 노조법 2·3조 시행 촉구

제5차 ITUC-AP (국제노총 아태기구) 총회 (2023.11.20~22, 태국 방콕) 열려

등록일 2023년12월18일 09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오세일 한국노총 정책2본부 국제부장

 
“코리아! 솔리데리티(Solidarity, 연대)!, 코리아! 솔리데리티!”

2023년 11월 21일, 제5차 ITUC Asia-Pacific(이하 ITUC-AP) 총회가 개최된 태국 방콕의 회의장에서 한 외국 참가자가 한국을 위한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모든 현장 참가자들이 따라서 외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정 노조법 2, 3조 공포 및 시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국노총을 비롯한 양대 노총 대표단에 어느 순간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며, 함께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낯선 외모의 외국인을 보며 그동안 말로만 외쳐왔던 “연대(Solidarity)"라는 단어가 현실로,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제5차 ITUC-AP 총회, “연대를 통한 전진”

167개국 1억 6천 백만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기구인 국제노총(ITUC)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구인 ITUC-AP는 본부와 동일한 의사결정기구를 가지고 있는 조직으로서, 아태지역 34개국 59개 노총의 6천만 명 조합원을 대표한다. 한국노총은 ITUC-AP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ITUC-AP 제5차 총회는 2019년 제4차 총회(일본 도쿄)에 이어 태국 방콕에서 180여 명의 각국 노조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3일간(11/20~22) 개최됐다.

 

제5차 총회는 “연대를 통한 전진”이라는 주제와 “노동의 미래를 위한 공정하고 포용적인 새로운 사회계약 추구”를 목표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민주주의 퇴보 등 최근의 글로벌 추세로 인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전례 없는 도전이 됨에 따라 향후 4년간 ITUC-AP의 전략적 방향과 행동 과제를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김동명 위원장을 단장으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 등 8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첨예했던 한국 노동계 투쟁 상황을 공유하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 제5차 ITUC-AP 총회에서 연설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연대의 이름으로 개정 노조법 2·3조 시행 촉구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21일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만 편파적인 ‘법치’를 강요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발효됐음에도 단체협약 시정명령, 타임오프에 대한 개입과 감시, 노조 회계 공시 강요를 통해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와 투쟁을 전략적으로 병행하여 노동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정의를 확대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입법안을 즉각 통과시키고 시행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최저임금 현실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공적연금 일방 개악 저지, 공공부문 민영화 및 구조조정 저지, 공무원·교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아태지역의 공정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위해 일자리, 권리, 임금, 사회 보호, 평등과 포용이라는 여섯 가지 요구를 담은 ‘새로운 사회계약’ 추진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며 “이번 지역총회는 공정하고 포용적인 노동의 미래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강력한 노동조합운동을 구축한다는 ITUC-AP의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후 양대 노총 대표단이 개정 노조법 공포 및 시행 촉구 현수막을 펼치자, 수십 명의 참가자가 순간 함께 모여 반노동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 구호를 외쳤다.

이번 총회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참가국 대표자 83명은 윤석열 대통령에 개정 노조법 시행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양대 노총은 서한을 27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개정안은 한국이 비준한 ILO 협약 87조와 98조, 법원 판례에도 부합한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는 ILO일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정치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뤽 트리앙글레 ITUC 사무총장도 2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정 노조법 2·3조 시행을 촉구하는 공식 서신을 전달했다.

 

‘모든 한국 노동자의 기본 권리 보호를 위한 결의문’ 채택

뤽 트리앙글레 ITUC 사무총장은 총회 축사에서 지난 11월 10일에 있었던 ILO 이사회의 기념비적 결정에 대해 언급했다. 노사정 대표로 구성된 ILO 이사회는 파업권이 ILO 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을 따르자고 주장하는 노동자 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대신 파업권에 관한 기준 제정을 2024년 제112차 총회 의제로 상정코자 했던 사용자대표들의 안건은 11월 11일 부결했다. ITUC 사무총장은 ILO 이사회의 결정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승리였다고, 평소와 다르게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마리아헬레나 ILO 노동자활동지원 국장은 보편적인 사회 보호와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으며,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은 화상 메시지로 아태지역의 20억 노동자 중 2/3가 비공식 경제인구에 해당한다며 이들이 직면한 빈곤의 문제에 대해 모든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보호받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함을 강조했다.

 

쇼야 요시다 ITUC-AP 사무총장은 단결, 연대, 집단적 대표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노동조합 결속력 강화와 이후 세대에 대한 책임을 주장했다. 팰릭스 안토니 ITUC-AP 위원장은 ITUC 노동자권리지수를 통해 심각하게 노동권이 침해를 받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노조 조직화와 노조 역량 강화가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제5차 ITUC-AP 총회는 모든 한국 노동자의 기본 권리 보호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개정 노조법 2·3조 즉각 공포·시행하라!' 현수막을 들고 있는 총회 참석자들

 

연대의 강한 힘을 느끼다

실무적으로는 회의 과정에서 기술 장애, 통역 시스템 에러 등 진행상 실수가 있었다. 진행상 실수 속에서도 참석자들이 웃음으로 이해하고 재치있게 넘어가는 순간을 보며,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행사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회의였다면, 한국 대표단들이 예고 없이 회의장에서 현수막을 꺼내 들었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다가와 “코리아, 솔리데리티!”를 외치는 장면이 과연 가능했을까? 2023년 11월 방콕에서의 열정과 유머와 동료애, 그리고 무엇보다 큰 힘, 연대를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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