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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범위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이현재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등록일 2022년12월09일 09시0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올해 1월 11일, 임신 중인 노동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한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경우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이 개정되어 2023년 1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에서 건강손상자녀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노동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10월 17일 태아의 건강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를 ▲생물학적 유해인자 ▲약물 유해인자 ▲화학적 유해인자 ▲물리적 유해인자 ▲그 외 출산한 자녀의 건강손상과 의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유해인자(포괄규정) 등 크게 5가지로 구분한 시행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태아산재법 입법 취지를 무색케 한 시행령(안)

 

노동부는 시행령(안)에 명시된 유해인자에 대해 예시에 불과한 규정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신 중인 노동자가 업무수행 중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은 유해인자에 노출되어 건강손상자녀를 출산한 경우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를 노동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산재 인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태아산재법 입법 취지에 맞게 더 많은 노동자가 태아산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보면,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범위를 35가지로 매우 협소하게 규정해 산재 문턱을 터무니없이 높여 놨다. 이는 태아산재법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묵살하는 노동부의 무도한 행태이다.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규정 내용은 아래와 같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화학적 유해인자이다. 태아의 건강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은 약 1,400여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행령(안)에는 고작 17개의 화학물질만 규정되었다. 심지어 1995년 집단 생리불순·불임 등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던 LG전자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 당시 세척제로 사용한 2-브로모프로판도 제외되었다. 2-브로모프로판은 생식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이에 노동부는 의학적 기준에 근거해 기형 유발에 대한 인간 대상 연구가 실시된 화학물질만 유해인자로 규정했음을 항변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형 출산과 관련한 의학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생식독성 물질은 임상연구를 할 수 없는 물질임에도 이러한 엄격한 의학 기준을 적용해 유해인자를 규정하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 산재 문턱을 일부러 높이려는 악의적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부는 화학적 유해인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별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화학물질들을 제외했다. 특히 전 세계 기형을 유발하는 모든 생식독성 물질들이 Micromedex DB1)에 보고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힘든 상황에서 단순히 Micromedex DB 목록에 없다는 이유로 몇백 개의 화학물질들을 통째로 제외했다. 심지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면밀한 검토 없이 50여 개의 화학물질을 제외했다. 노동부는 이와 같은 불합리한 방식으로 화학적 유해인자를 선정해 시행령(안)을 마련했다.

 

또한, 노동부는 현재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 외 태아의 유산 및 사산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를 규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유산 및 사산에 대한 유해인자 범위는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 범위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2)에 따르면, 태아의 건강손상 정도는 생식독성 물질의 노출량에 따라 유산 및 사산, 기형아 출산, 태아에 무해·무영향 등으로 구분되어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건강손상자녀 출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생식독성 물질의 노출량이다. 따라서 태아의 출산 여부에 따라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와 태아 유산 및 사산 유해인자 범위를 달리 구분하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 범위와 태아 유산 및 사산 유해인자 범위를 통합해 유해인자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동부는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여성 노동자의 취업 제한 문제 등을 운운하며, 협소한 유해인자 범위에 대한 면피성 변명만을 내놓아 노동자들을 호도하고 있다.

 

생식독성 물질에 노출된 가임기 여성은 국내 최소 10만여 명으로 추산3)된다. 그중 생식독성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노동자는 20%에 불과하다. 또한, 산부인과 및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의학적으로 80% 이상이 임산부의 건강손상자녀 출산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노동부가 아무 근거도 없는 의학적 기준을 내세워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하는 것은 태아산재법의 정상적인 작동과 효력을 묵살하는 것으로 태아산재법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산재보험 노사정 TF에서 임신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 노출기준 고시 등 현행법상에서 규정하는 임신 중 사용금지 물질이나 특별관리물질, 생식독성 물질 등은 시행령(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그러나 관련 논의가 무색하게도 노동부는 출산 여부에 따라 태아의 건강손상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가 상이하며, 현행법상 규정하는 임신 중 금기 물질의 대부분은 건강손상자녀 출산 원인과 관련성이 낮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앞세워 독단적으로 시행령(안)을 제정했다.

 

노동부는 산재로부터 임신 노동자와 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본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렵게 제정된 태아산재법을 정작 실효성이 없는 법으로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한국노총은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동안 노동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 및 현장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 건강손상자녀 유해인자 범위 확대 방안 등의 의견을 노동부에 전달했다.

 

노동부는 더 이상 태아산재법 입법 취지를 훼손시키지 말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수용해 온전한 시행령(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노총은 온전한 시행령(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미주>

1)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생식독성 화학물질 목록

2)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생식독성물질) 및 업무상 재해의 인정에 관한 연구, 2022

3) 생식독성물질의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리수준 검토를 위한 유해성·위험성 평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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