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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 속에 ‘새로운 사회계약’ 긴급 요구

제5차 ITUC(국제노총) 총회 개최, 근본적인 변혁에 매진키로

등록일 2022년12월09일 08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류다영 한국노총 정책2본부 차장

 

“세계가 엄청나고 복잡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회계약은 기존의 부유한 국가에만 한정되어서는 안된다. 이 사회계약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미래의 충격과 사회·경제정의에 반대하는 강력한 이해관계자에 대항해 회복력을 갖추어야 한다.” -제5차 ITUC 세계총회 성명 중에서-

 

 

전례 없는 위기 속 국제노총이 나아가야 할 방향

 

150년 이상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으로 민주주의와 권리를 위한 강력한 세력을 창출했다. 노동조합은 착취, 탐욕, 차별에 맞서는 대항세력으로서 수십 년간 단체행동을 통해 사회·경제발전을 추동해 왔다. ITUC(국제노총) 창립 원칙 선언에 명시된 ITUC 운동의 영속적 가치는 모두를 위한 평화, 민주주의, 지속가능 발전과 평등이 최고로 중시되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이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고, 양질의 생활수준이 보장되며,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지난 11월 17일 개막해 22일까지 호주 멜버른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제5차 ITUC 세계총회는 2018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차 ITUC 세계총회의 성명을 재다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관에 명시된 대의원 여성할당제 원칙을 재확인했고, 또 대의원의 15퍼센트를 청년에게 배정하는 목표도 설정했다. 노동자의 힘 구축(결사의 자유, 단체교섭, 사회적 대화)이 그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채택한 성명은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란 주제로 평화와 민주주의, 노동의 권리에 대한 국제노총의 지향을 다뤘고, 기후변화, 코로나19, 테크놀로지와 디지털화 등 세 가지 도전이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과제를 분석했다.

 

 

팬데믹과 글로벌 보건(Global Health)

 

실패한 경제제도의 핵심인 불평등과 부정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크게 심화되었다. 팬데믹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했고,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개발 도상국의 수십억 인구가 양질의 일자리, 백신접종, 의료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 모든 영역에서 대부분의 정부와 국제금융‧무역기구는 부적절하게 대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5차 ITUC 총회에서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120개국 천명이 넘는 노조대표가 참석했으며, 각 국가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위기인 코로나19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한 변화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 실현을 목표로 설정했다. ‘새로운 사회계약’은 ▲일자리 ▲권리 ▲임금 ▲사회보호 ▲평등 ▲포용성을 6개 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와 전략에 따라 ITUC는 완전고용을 위해선 2030년까지 5억 7천만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국 회원조직의 끊임없는 조직화 노력이 필수적이다.

 

△ 제5차 ITUC총회에서 연설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와 관련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지 연설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임금체계와 노동시간제도 개악 등을 막기 위해서도 국제노총이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며 “조직화된 노동의 힘으로 (새로운 사회계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ITUC의 역할

 

샤란 버로우 ITUC 사무총장은 “약 20억 명의 사람들이 분쟁의 영향을 받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오늘날 세계에는 56개의 국가 기반 분쟁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ITUC 세계총회 이후 예멘, 티그레이 분쟁으로 목숨을 잃은 수십만명을 비롯해 전쟁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최근 세계 곳곳의 갈등으로 수백만명이 국외난민이 되었으며, 수천만명 이상의 국내난민이 발생했다. 대다수의 난민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난민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은 출신 지역, 인종 등에 상관없이 모든 난민을 ‘환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각국 노동시장에 동등한 권리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화는 ITUC의 핵심가치이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노동조합들은 전쟁의 잔학성에 절대 반대했다. 이는 UN원칙에 입각한 국제노동운동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노동조합이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난민 포용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찾아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페닌슐러앤드오리엔탈기선(P&O) 최악의 사장으로 선정

 

한편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세계 최악의 보스’ 투표에서는 영국의 해운회사 페닌슐러앤드오리엔탈기선의 피터 히블리스웨이트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페닌슐러앤드오리엔탈기선은 사전 녹화된 줌 통화로 지난 3월 786명의 선원을 불법 해고했는데, 이는 협의 및 통보에 관한 영국 법을 위반한 것이다.

 

히블리스웨이트는 의원들의 질문에 뻔뻔스럽게도 법을 어겼다는 것을 인정했고 심지어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다. 그 밖에도 아마존, 스타벅스, 에미레이트 항공 등 세계 굴지의 기업 대표도 최악의 사장에 포함됐다. 이 투표의 목적은 해당 기업 노동자에게 존엄성과 자존감을 되찾아주겠다는 국제 노동운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 왼쪽부터 루카 비센티니 ITUC 신임 사무총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ITUC 신임 사무총장에 루카 비센티니 당선

 

샤란 버로우 ITUC 사무총장의 12년 동안의 임기 끝에 향후 4년을 이끌 새로운 사무총장에는 현 유럽노총(ETUC) 사무총장인 루카 비센티니(Luca Visentini)가 당선됐다. 그는 지역·국가·EU 차원에서 26년간 노동조합 운동에 종사했으며, 업종별, 전국적, 유럽 차원의 단체 교섭과 사회적 대화, 기관과의 협상 등을 해왔다. 루카 비센티니 사무총장 당선자는 “평화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으며 극우 운동이 부상하고 있어 인간·노동자, 노조의 권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모든 사람의 공정한 생활과 노동조건을 지키는 것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구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류다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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