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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에 대한 단상

조선영(아이 셋 키우는 워킹맘)

등록일 2022년09월01일 13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안녕하세요? 저는 세 딸을 키우며 일도 하는 워킹맘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한 10년은 된 거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입학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에 대해 말하려고 해요.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과 그의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 부부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20년이 다 돼가는 그 기사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건 자식 교육 때문이었어요. 획일적인 교육과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입시제도가 싫어 대안학교를 간 두 딸의 선택을 지지해줬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어느덧 8살 쌍둥이, 6살 아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모든 게 힘들었어요. 육아에 전념하려고 3년 휴직했지만 육아 스트레스를 겪었고 우울증으로도 이어졌어요.

저는 직장에서 10년 동안 승진하지 못했답니다. 돌이켜보면 제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육아 때문에 1시간 빨리 퇴근해서 동료들에게 부담을 줘요. 그러다 보니 다면평가에서도 언제나 낮은 점수를 받았어요. 성과도 그렇고요. 다들 능력이 뛰어나서 따라잡으려면 저도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육아를 병행하는 저에겐 그것마저도 쉽지 않아요. 아쉽지만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답니다.

 


▲ 초등학교 입학식(아이들과 함께)

 

제 주변을 돌아볼게요. 회사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어요. 성격이 좋고 일도 잘해 승승장구하는 사람이었어요. 회사에서 바라는 모범적인 인재상 같은 느낌이었죠. 그런 언니가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어요. 언니에게는 5살 아들이 있는데 남들보다 발달 과정이 느려요. 언니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거예요.

 

아침에 저는 쌍둥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해요. 가끔 다른 쌍둥이를 등교시키는 엄마와 마주쳐서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는 공부를 잘했어요. 좋은 대학에 가고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 다녔는데 3월부터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5교시 수업을 해도 1시에 하교하잖아요. 이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내린 결정이었어요. 방과후 수업이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다고 해도 돌봄교실까지 포함해서 5시 전에는 하교해야 하는데 결국 아이 혼자서 지내거나 학원에 보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랍니다.

 

처음 언급했던 김영란·강지원 부부 같은 선택의 순간이 저에게 온다면 저는 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지 않을 거예요. 현행 입시제도의 틀을 벗어나는 결정을 할 용기가 저는 없어요. 너무 두렵고요. 바라건대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만 5세 아이들은 놀이와 쉼을 통한 흥미로 배움의 동기가 부여되는 단계라고 봅니다. 전인적 발달과 함께 아이들의 적성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초등학교 입학식 때 찍었던 사진 하나 정도는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커다란 관문이라 부모들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전해줍니다. 그만큼 중요한 때 보편적이고 질 높은 돌봄환경이 제공되길 바랍니다. 학제 개편,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입시제도 개편은 안정적인 돌봄이 정착되면 자연스레 공론화될 거예요. 그래서 저도 즐겁고 행복하게 일과 가정생활을 하고, 좋아하는 언니는 재취업하고, 옆집 쌍둥이 엄마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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