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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성암을 기억하십니까?

이효원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차장

등록일 2022년06월03일 16시0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금속노련 성암산업노조는 2년 전 국회 앞에 천막을 쳤다. 당시 성암산업은 2017년부터 회사를 매각하려 했고, 포스코는 매각 시 회사를 쪼개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고, 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에 돌입했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의 천막농성과 단식, 140명 성암산업노조 조합원들의 집단노숙투쟁으로 이어진 시간들은 하청노동조합 투쟁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2020년 8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의 중재안을 기초로 한 합의 내용은 정확히 1년 뒤인 2021년 8월 1일, 분사되어 흩어졌던 노동자들이 한 회사로 다시 모이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포운’이라는 회사에 모였다.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을까?

 

사장이 바뀌어도 탄압은 여전하다

 

현재 광양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구. 성암산업노조, 이하 노조) 박옥경 위원장은 또 다시 삭발을 하며,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문제는 회사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분사되어 흩어졌던 조합원들이 한데 모인 회사 ‘포운’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사무실과 집기류 등을 지원한다’는 단체협약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임대료 지원은 물론 냉온풍기와 복사기 토너까지 지원을 끊어버렸다. 사측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노조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노조 위원장과 회사 대표가 면담하는 날, 사측은 위원장을 30분 이상 대기시키며 심한 모멸감을 주기도 했다. 대표이사의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교섭자리에서도 드러났다. 대표이사는 과반노조의 교섭위원들 앞에서 “뭐 그리 말들이 많아?”라며 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 포스코 감사실 출신인 대표이사의 이런 태도는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부족과 여전히 원청사 입장에서 협력업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잘못된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조합행사에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연차를 인정하지 않고 결근 처리하는 등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활동으로 연장근로를 중단했으나, 기타 포스코 협력사의 지원을 받아 명목상 중첩적인 계약(포스코가 협력사들과 복수로 계약하여 상호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이중계약)으로 실질적인 대체근로를 실시해 노조의 단체행동권과 파업권마저도 무력화시켰다. 법망을 피해 가는 교묘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헌법적인 권리마저 빼앗은 것이다.

 

사회적 합의의 토대에서 새로이 세워질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대했던 지난날을 비웃듯 사측은 여전히 성암산업 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4월 25일 결의대회를 개최해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삭발로 투쟁 결의를 다지며, 또 다시 천막농성을 시작해 5월 23일 현재 30일차를 맞았다.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20년 노조의 투쟁을 바라보던 많은 이들은 제도화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합병, 영업양도, 회사분할 등 사업이전(변경) 시 노동관계를 승계한다는 법적 장치가 없어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암산업노조뿐만 아니라 OB맥주 경인직매장(농성 278일), 서진캠 협력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농성 136일), 서해인사이트노조 등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투쟁해야 했다.

 

한국노총 제조연대(의장 김만재)는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위원장과 2020년 11월 ‘사업이전(변경) 시 노동관계 승계 법률제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2021년 3월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토론회에서 현장의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5월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LG트윈타워 집단해고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법안에는 ▲기업분할·합병·하청업체 변경과 같은 사업이전 시 근로관계와 단체협약의 승계 법제화 ▲승계대상 노동자에게 사전 통지 절차, 승계거부권, 이의신청권을 명시 ▲사업이전 과정에서 노동자에 불리한 근로조건 변경과 부당해고금지 등 노동자 고용안정성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1년 6월 임시국회 당시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021년 12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에 대한 입법공청회가 진행되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공청회에서는 민법, 상법 등 일반법의 해석이나 판례의 법리로 해결해 온 사업이전에 수반되는 근로관계의 존속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 고용승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사업이전의 범위, 고용·근로조건 승계에 따른 경영부담 가중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심화를 완화할 경영계의 수용성 확보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듬해 임시국회에서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되어 축조심사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환노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국회는 끝이 났다.

 

지금도 여러 곳에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눈엣가시인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사업을 쪼개고, 도급사를 반복적으로 교체하는 식의 횡포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이미 해를 넘긴 법안 처리가 또 다시 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누군가가 거리에 나와 고용승계를 외치고, 천막을 치고, 삭발을 하기 전에. 또 다른 노동조합이 파괴되어 조합의 역사가 사라지고, 조합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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