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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보정당, 노동을 제대로 다루길 희망하며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04월05일 13시0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진보정당에 대해 말하기 망설여지는 데에는 작은 씨앗이라도 뿌리고자 당선이 어려운 줄 알면서 지역에 출마하고 당에 헌신해 삶을 바친 이들이 떠올라서다. 그러나 이제 이런저런 부채의식에 말을 아끼기보다 공적 논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은 가장 중요한 생산자집단이다. 노동자의 집단적 결사체인 노동조합과 이들의 이해를 대표하는 정당이 기업과 정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그 나라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은 크게 달라진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진보정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심에 있었으나 지난 30년간 노동자나 약자가 이들을 지지한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좋은 구호’ 이상으로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서다.

 

더욱이 진보정당은 국회에 2004년 입성한 이후 분열과 재창당을 거듭하며 조직노동과 연계가 약화되는 형태로 변화했다. 대신 빈 공간을 메꾼 것은 다양한 층위의 노동시민보다 화이트칼라·수도권·젊은 세대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표하기보다 소셜미디어 등으로 유입된 이들은 일시적 당세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해도 안정된 지지기반이 되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지지가 폭넓게 겹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비판적 지지’ 논란이나 젊은 여성의 지지가 단단해지기보다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은 안정된 지지기반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의 단면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나는 진보정당이 다양한 일하는 시민의 이해를 대표하겠다는 목표가 선거용 레토릭이 아니라, 명확한 지향으로 자리 잡아야 작아도 단단한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젠더나 기후, 장애인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시적 지지를 동원하거나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대다수 일하는 시민의 삶과 맞물려 다뤄야 한다. 젠더 문제는 노동시장 내 젠더 불평등과 가족 및 사회문화적 차별의 교차점에서 해법을 찾는 길도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규제 강화와 산업전환이 필요하다면 해당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논의가 필수적이다. 대응은커녕 현황조차 파악이 어려운 작은 사업장 노동자나 불안정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녹색의 가치란 오히려 자본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노동자 희생의 근거가 되기 쉽다. 장애인 문제도 특정 정치인의 언사에 대해 논평을 내는 것 이상이어야 진보정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노동현장성을 회복하라는 요구의 경우 단순히 사업장을 더 찾으라는 의미보다 다양한 상황을 집약해 중앙당의 내용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당 조직체계를 갖추는 문제로 이해했으면 한다. 정당이란 거래비용을 최적화해 다양한 갈등과 통합 비용을 줄여 주는 조직이어야 한다. 쏟아지는 민원과 각종 분쟁에 일일이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직으로서 정당 능력을 강화하는 과정이 없으면 해결 비용은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다. 복합적 노동 갈등을 정당으로 투입하고 집약해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당 노동기구가 제대로 구성돼야 노동현실을 더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미조직·불안정 노동의 이해를 대표하고자 할 때도 조직노동과 관계 설정에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양대 노총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도약의 시도는 필요하나, 노조로 조직화가 쉽지 않은 노동자란 당의 지지로도 모이기 수월치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노조 중앙과 산별은 진보정당 포함 여느 정당보다 취약한 노동자에 대한 연구·조사·상담·조직화 작업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정보와 쟁점 집약의 장이다. 진보정당이 조직노동과 연계해 그들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지기반으로 만들어야 미조직 노동자 현실에 접근도 가능하고 변화와 지지를 위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분열로 인한 상흔의 역사 탓에 노동조합이 진보정당과 연계는커녕 만남조차 회피하는 현실을 모르지 않으나 돌파할 문제이지 우회할 수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공약의 진보성은 전문가가 일부 도울 수 있으나 실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결정이 가능한 권위 있는 정치적 주체는 되지 못한다. 몫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찾겠다는 선언이 정치적 발화 효과를 넘어서 진짜 정책이 되려면 갈등의 중심에 선 조직노동이 우군이자 동맹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는 기간이다. 지난 4년 전부터 진보정당은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에서 제외됐는데, 이번엔 포함되도록 양당과 협상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노동계 현안의 상당수가 다뤄지고 법안이 실제로 결정되는 고용노동법안소위에 들어가지 못하면 노동의 이해를 반영하기는커녕 정보에서조차 소외된다. 노동이나 진보의 이해를 대표한다는 의미가 허상에 가까워지기 쉽다.

진보정당에 냉소하면서도 희망을 찾고 싶은 이들이 여전히 있다. 대선이 끝나고 12억원을 모아 준 적지 않은 시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 대다수 일하는 시민을 위한 작은 걸음이라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넌 어때?' 코너에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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