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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망도 낙관도 이르다, 더 나은 노동정치를 꿈꾼다면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03월29일 13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대선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후보자와 정당을 지지했든 일하는 시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희망한다면, 너무 실망도 낙관도 말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멈추지 말자고 제안하고 싶다.

민주화 이후 더 이상 과거 권위주의 시기처럼 통치자 일방의 의지나 명령만으로는 정책집행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진보적 공약을 내세우거나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후보자가 선출된다고 해서 불평등이 해소되거나 노동인권이 바로 좋아지지 않았다. 역으로 ‘기업 친화적’인 대통령이 탄생한다 해도 국회 지형이 다르면 규제완화 정책을 바로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물론 한국의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 탓에 집권 초일수록 행정부 수반이 가지는 권한 이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향이 무엇이든 의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원하는 정책을 법률로 만들고 예산도 사용할 수 있다. 법률과 기존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정책을 집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최고 통치권자라 해도 직권남용 혐의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입법부의 탄핵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민의 힘으로 몇 차례 증명해 왔다.

결국 대다수 일하는 사람의 권리와 삶에 기반을 두는 정치가 가능하려면 노동문제를 이해하는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통치행위를 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이 필수적이다. 이제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노동문제를 일부 진보진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일하는 시민의 보편적 의제로서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조직노동은 독자적 진보정당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정당 진출 이후 여러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지면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다만 노동을 대표하는 좌파정당이 허약하다고 해서 노동정치가 불가능하다 냉소할 필요는 없다. 미국 민주당은 좌파정당은 아니지만 1930년대 뉴딜 이후 복지확장과 시민권 확대를 위해 노동운동과 동맹을 구축해 변화를 꾀해 왔다.

 

과거보다 민주당 내 노조 지분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조직노동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자금과 조직표와 선거운동을 제공한다. 대신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와 공화당이 집권했을 시기를 비교하면 계층별 소득분배가 뚜렷하게 달라질 정도로 공공정책을 변화시키고 시민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 1990년대 후반에 탄생한 일본의 리버럴정당도 자민당과 비교해 허약하긴 하지만 보수정당과 경쟁하며 규제완화를 저지하거나 격차 해소에 다소 기여해 왔다.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노총은 민주노동당(민주노총의 진보정당 만들기)의 흐름에 자극받아 다양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력을 해 왔다. 조직 내 수많은 갈등과 내홍을 겪다가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공동창당에 참여하고 2017년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 간 연계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 노동부문 지분이 일정하게 존재한다.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뿐 아니라 ‘노동존중 실천 국회의원’이라는 당내 블록이 만들어졌고, 당원·대의원·중앙위원·최고위원이나 노동위원회·노동대외협력국 등 당 내 의결 및 집행기구 내에서 독자적 ‘노동부문’으로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늘어났다.

 

아직 노동이 그 힘을 적극 활용한다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진보정당이 아닌 리버럴정당에서 조직노동이 당 내 영향력을 확보해 해당 정당이 그래도 ‘노동’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보다 ‘평등’ 지향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길. 이는 한국의 노동정치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길 중 하나이자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겠다.

가끔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이나,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역 노조나 조합원에게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문제를 달리 볼 필요도 있다. 다소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유권자가 시민의 절반을 이루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국회에서도 보수정당 의원과 협력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는커녕 논의조차 어렵다. 보수정당을 반노동정당으로 배제하기보다 노동과 보수정치의 간격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길도 노동계의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선진민주주의 국가일수록 보수정당도 노동조합을 중요한 민주적 행위자이자 지지기반의 한 축으로 인정한다.

 

독일 기민당의 경우 노동조합도 주요한 지지층을 이뤄 독일의 급격한 신자유주의화를 막는 방패막이 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의 보수정당도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인 노동을 민주적 행위자로서 존중해 생산과 정책결정에 참여하게 해야 공동체를 보다 포용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결국 노동계 의원이나 노동문제에 특별한 관심과 이해를 가진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내부에서 스스로의 목소리와 역할을 확대해 노동과 보수정치 간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지 괜찮다. 그 정당에서 사람들의 현실적 삶의 문제인 노동의제가 제대로 이해되고 다뤄지도록 힘과 영향력을 넓히고자 노력하면 좋겠다. 보수도 진보도 공통된 기반이 넓어져야 정당 간 좋은 타협도 가능하고 오래가는 변화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넌 어때?' 코너에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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