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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여성정책 방향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등록일 2022년03월03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여성정책 추진체계 개편 필요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에서,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평등가족부’ 혹은 ‘성평등부’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여성에 특화된 지원 정책을 넘어 특정 성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관념과 관행에 의해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운영하고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해 온전히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성차별이 사회의 어떤 한 부문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만큼, 부처 간 정책조율능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여성부의 양성평등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여성가족부의 개편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대통령이 성평등을 얼마나 진심으로 지지하는가의 여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넘을 수 있는가를 결정할 것이다. 성평등은 기본적인 인권 차원의 문제로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지만, 곧바로 인구절벽을 맞이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규범이기도 하다.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해도 저출생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로 조만간 인력 부족이 가시화될 것이다. 돌봄지원 정책이 부족하고 차별적인 고용 및 인사 관행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여성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을 당연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문재인 정부의 여성정책 평가

 

새 정부의 여성정책을 제안하기 이전에, 전 정부의 성과와 실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약 10년간의 보수 정부하에서 여성의 정치적 기회구조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서 출범했던 만큼, 국정과제에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성평등이 제고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의 설치를 중도에 포기하여 국정과제에서 밝힌 강력한 정책추진체계가 마련되지 못했다.

 

젠더폭력 방지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찾기 어렵다. 공공부문에서의 관리직 여성 진출 확대가 사부문까지 확산되지 못했다. 중요한 자리에 소수의 여성을 임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많은 여성이 걸림돌 없이 경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단호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 장관 비율보다 여성 고위공무원 비중이 훨씬 낮다. 성차별적 분리채용 관행, 성차별적 보직 임명, 보기에는 성 중립적이지만 가사와 양육의 부담을 더 많이 지고 있는 여성에게 불리한 장시간 노동관행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있다.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확립

 

문재인 정부의 여성정책 부진은 ‘여성’에 특화된 정책 추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데 기인한 바가 크다. 여성정책, 특히 여성고용정책은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남녀에 대한 동등한 처우가 노동시장에서 불평등한 성과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 더 많은 가사와 양육부담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특별한 대우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월스톤크래프트(Wollstonecraft) 딜레마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여성고용정책에서 남녀고용평등에 대한 강조는 법제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제한되어 여성고용촉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다. 또한 여성고용촉진 정책은 질 낮은 일자리로 여성 집중을 가져와 고용상의 성평등을 오히려 제한한 면이 컸다.

 

성평등 패러다임이 장착된 복지국가는 남성과 여성 모두 동시에 노동자이자 돌봄인이 되는 시민-노동자-돌봄인 모델에 기반한다. 성평등한 사회의 확립, 성평등 균형을 지배적인 규범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는 것과 동시에, 남성이 가정 내에서 여성과 동등해질 수 있도록 더 돌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 외부의 돌봄서비스 지원이 강화될 때에만, 그래서 돌봄 부담이 경감될 때에만 남성의 참여가 유도될 수 있다. 남성의 돌볼 수 있는 자유와 여성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제고하는 것이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혔으면 한다.

 

새 정부 여성정책 세부 제안

 

첫째, 현재의 소득공제제도는 여성의 적극적인 구직활동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 생계부양자보다 두 번째 소득원의 소득에 더 많은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둘째,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공공고용서비스에 GDP의 0.04% 정도를 지출할 뿐이다. 0.4%인 덴마크에는 이르지 못한다 해도, 서비스 질을 확충하기 위해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여성 일자리 정책은 ‘여성’ 친화적 일자리라는 미명하에 시간제 등 비정규직 일자리, 저임금 돌봄 일자리에 여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왔다. 고용지원서비스의 성평등성을 확장하여 여성구직자에게는 남성지배직종을, 남성구직자에게는 여성지배직종을 우선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이는 여성일자리의 저가치화 경향으로 인한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은 적어도 GDP의 1%는 되어야 한다.

 

셋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유명무실해진 한편, 다양한 임금공시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고용형태공시제에 성별 정보를 추가한 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와 연계하여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정보를 ‘공시’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추동되지는 않는 만큼 명백하게 되풀이되어온 차별사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시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률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보육교사 등 주로 여성인 돌봄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보육 및 돌봄서비스 관련 사회서비스의 경우 국공립 시설로의 전환을 통해 현재처럼 재정지원과 서비스 제공 주체가 분리된 구조를 통합해야 한다.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층적 고용구조개선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가족서비스 지출을 현재 GDP의 1% 수준에서 2%로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현금수령 인센티브로 인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저해시킬 수 있는 양육수당은 기본소득(아동수당)으로 통합하고, 돌봄 관련 사회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여섯째, 육아휴직 대상자를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는 한편, 특히 여성에 한해서는 경력단절의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육아휴직을 무조건 장기적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부모가 모두 1/2년씩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남성 육아휴직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휴직급여의 상한을 높이는 것보다 초기 3개월에 한해 임금을 전액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 이후부터는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낮추어간다면 육아휴직을 장기간 활용할 유인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희(교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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