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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노동자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2년03월03일 10시0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고 있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등 크거나 작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지인이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을 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내어준 마음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와는 달리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에는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 순간에도 감사함보다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들의 도움을 돈으로 지불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당하다. 하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매일 도움을 받는다. 그들은 우리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급사 혹은 벨보이>


1925~1926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퐁피두 센터 국립 근대 미술관 소장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그린 작품이 사임 수틴의 <급사 혹은 벨보이>다.

 

어두운 곳에서 머리에 모자를 쓴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손을 허리와 엉덩이에 걸치고 다리를 벌리고 서 있다. 남자의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고 입은 오므리고 있다.

단추가 다 채워진 상의와 모자 그리고 붉은색의 옷은 유니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남자의 직업이 호텔 벨보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두 손을 허리에 걸치고 있는 남자의 자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해 보이고 싶어 하는 벨보이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벨보이의 시선이 정면이 아닌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손님을 마주보지 못하는 비천한 직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입술을 오므리고 있는 것은 손님들의 무례한 굴욕에 대항하지 못하는 벨보이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의 수척한 얼굴은 실제보다 나이를 더 들어보이게 하며, 벨보이의 가난한 가정 형편을 나타낸다. 또한 머리가 몸에 간신히 붙어 있는 것 같이 목을 가늘게 표현하여 왜소한 체격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어두운 배경은 벨보이가 밤에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흰색 얼굴과 대비되어 유령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는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벨보이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임 수틴은 이 작품에서 벨보이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조용한 자세와 상반되게 다리 부분에 거친 붓질을 사용했다. 그는 거친 붓질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벨보이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검정색, 붉은색, 흰색의 제한된 색채를 사용했지만, 거친 붓질과 깊은 색조로 화면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벨보이의 자세는 정지되어 있어도 다양한 붓놀림으로 매 순간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벨보이의 바쁜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사임 수틴은 인물의 힘겨운 삶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처럼 주로 파리의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초상화를 그렸다. 그는 호텔 짐꾼이나 벨보이, 하녀 등을 전혀 미화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렸으며, 제한된 색채를 사용해 인물들의 개성을 표현했다.

 

<모르트퐁텐의 뱃사공>


1865~1870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프릭 컬렉션 소장

 

서비스업 노동자들에게 시시때때로 도움을 받아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해도 무관한 일들이 많다. 단지 편함을 이유로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라는 것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이다. 특히 생활 터전이 아닌 외지에서 더욱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필요에 의해 생겨난 서비스업 종사자를 그린 작품이 카미유 코로의 <모르트퐁텐의 뱃사공>이다. 안개가 낀 호수에 뱃사공이 배를 정박하고 있고, 뱃머리 앞에는 여인이 앉아 있다. 호수 저 멀리 흐릿한 풍경에는 수도원 건물이 보인다.

 

붉은색 모자를 쓴 뱃사공은 자작나무에 줄을 묶으며, 정박을 준비하고 있다. 버드나무 아래 앉아 있는 여인은 뱃사공의 아내다. 여인이 쓰고 있는 흰색 두건은 당시 하류층 여인들이 일할 때 썼다. 이는 부부가 하류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호수 건너편 수도원 건물은 뱃사공이 왜 필요한가를 설명한다. 뱃사공이 나무에 끈을 묶고 배를 정박하고 있는 모습은 손님을 수도원까지 태우고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요한 호수와 아스라한 풍경은 아침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아직 햇살이 비추지 않는 아침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들의 색을 짙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카미유 코로의 전형적인 후기 작품으로 부지런한 뱃사공 부부의 일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파리 외곽 몽르트퐁텐 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다. 코로의 풍경화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아니다. 열심히 사는 그들을 응원은 못해주더라도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고 갑질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희숙(화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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