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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노동자 규범 해체가 성평등 출발점이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02월16일 14시2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에 의하면 개인의 생산성 내지는 노동력의 질은 개인의 능력·숙련도, 그리고 교육수준 등에 의해서 결정되며 그중 교육수준은 생산성뿐 아니라 임금에도 밀접한 영향을 주는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교육수준이 생산성과 무관하고 단순히 유능한 인재를 식별할 수 있는 신호효과(signaling effect)에 그친다고 주장되기도 하나, 2018년 우리나라 고졸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대략 1만5천원, 대졸 2만4천원, 대학원졸 3만7천원인 통계청 자료(2019)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교육수준은 전통적 인적자본이론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수준은 노동시장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교 진학률이 약 8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남성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남성은 76.8%, 여성은 81.6%로, 고등교육을 받은 양질의 인력은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특히 OECD 교육지표 중 하나인 PISA(the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은 성적도 최상위권이지만 수학·과학·언어·문제해결 등 모든 항목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우위에 있다. 이처럼 여성은 세계적 기준에서 남성에 뒤처지지 않으며, 남성과 동일한 양질의 노동력을 갖춘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전공에서 남성은 주로 이·공계, 여성은 인문계에 분포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고학력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음은 여지없는 사실이다.

 


2020년 OECD 성별 임금 격차(출처 : https://data.oecd.org/)


문제는 여성노동력의 질적 향상에도, 여전히 노동시장 내 여성은 밑바닥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양질의 교육에도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8% 수준으로,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72.6%보다 19.8%포인트 낮다.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32.3%다. 특히 이 두 개 지표는 여성 중에서도 노동시장 내 가장 취약한 여성이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낸다. 29세까지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과 비슷하나, 30세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과 달리 급격히 하락하고 40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M자 형태를 띤다. 40대에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하더라도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92.2%)보다 26.7%포인트 낮다. 성별 임금격차 역시 비슷하다. 20대 후반까지는 남성과 8% 내외의 차이를 보이나 30대 이후부터 성별 임금격차는 30% 이상 수준으로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즉 여성은 30대에 들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되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생존하더라도 남성과 임금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두 지표의 공통점은 ‘30대 이후’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혼인연령은 30.8세고, 결혼 후 3년 이내 첫 자녀를 출산한다는 통계에 비춰 보면 30대 이후 남성과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원인 중 하나로 ‘자녀돌봄’을 들 수 있다. 최근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돌봄영역은 아직도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용노동부(2020)에 따르면 여성 육아휴직자는 남성의 3배를 상회하며, 지난해 한국노총 남녀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맞벌이임에도 남성 중 배우자와 육아를 반분해야 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친다. 심지어 남성 중 64%는 자녀돌봄은 여성이 주로 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게다가 가족돌봄휴가나 가족돌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등 대부분 가족돌봄 관련 제도는 주로 여성이 사용하며 여성의 제도사용률은 남성의 2~4배다. 이처럼 돌봄부담이 여성에게 가중됨에 따라, 자녀를 둔 일하는 여성들은 일과 돌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게 된다.

문제는 자녀돌봄은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가운데,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은 ‘이상적인 노동자 규범(ideal worker norm)’에 벗어난 존재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용자에 의해 노동자는 가정생활이 없는 것처럼 노동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하지만, 많은 여성은 돌봄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일보다는 가정 혹은 돌봄을 선택함으로써 이상적인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로 취급된다. 쉽게 말해 일과 돌봄을 수행하는 여성은 회사에 충성도가 낮고 조직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구성원인 셈이다. 특히 여성의 돌봄노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와 주변 동료들에 의한 직·간접적 차별을 경험하거나,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승진을 보임에 따라 동일연차인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이 너무나도 많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강압적으로 여성을 돌봄노동에 밀어 넣고, 돌봄노동으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여성이 짊어지도록 만든다.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이제부터라도 성평등한 노동환경과 돌봄환경을 위해서 이상적 노동자 규범을 해체하고, 돌봄노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장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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