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기고] 삼성 신인사제도 도입의 문제점

변하지 않는 삼성의 노사문화

등록일 2022년02월08일 10시4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오상훈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

 

이번 삼성전자에서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식과 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선언을 하기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노동조건의 핵심인 인사제도 개편을 진행하면서 의견수렴 절차와 세부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 이미 결정한 제도에 대해 개괄적이고 통보식의 설명회만 두리뭉실하게 한 후, 직원들에게 개별 사인을 요구하고, 직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며 신인사제도의 시행을 예고했다.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금속삼성연대)는 개악에 반대하며,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선전투쟁에 나섰다. 매일 새벽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제도 개편의 문제점을 담은 홍보전단을 배포해 12만 직원들에게 알렸다. 그럼에도 사측은 삼성전자와 삼성 전 계열사에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한 동의를 유도했고, 결국 과반수를 확보했다고 언론에 보도했다.

 


△ 삼성 신인사제도 규탄 결의대회

 

이에 금속노련, 금속삼성연대 12개 노동조합, 수십여개의 단위노조들은 1월 13일 강남역 삼성전자 앞 도로에서 ‘인사제도 개악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삼성 역사상 최초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대해 개최한 집회였다. 이날 금속삼성연대와 집회 참가자들은 굳게 잠긴 삼성전자 사옥 입구를 열기 위해 애쓰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화를 요구했지만, 아직도 삼성전자 사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5월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 그간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묻고 싶다. 정말 삼성은 시대 변화에 부응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는지,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는지, 왜 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지, 자신의 감형과 재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내세우고 거짓 약속을 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한건 아닌지 말이다.

 

시대가 원하는 노사문화는 노사상생이다. 하지만, 삼성의 노사문화는 과거나 지금이나 불통문화, 불투명문화, 상명하복식 군대문화이다. 무노조경영 폐기선언 전후로 삼성에 신설된 다수의 노동조합들은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삼성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변한 게 없고 변하려 하지 않았다.”, “준법을 앞세운 법꾸라지식 편법 인사제도개악을 통해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악화시키고 있고 사실상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무노조경영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무노조경영 폐기선언 이후에도 임금협약 등 노동자를 위한 주요 정책결정에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사측의 꼭두각시인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노조 무력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임금인상율과 노동조건 협의도 노사협의회와 결정하고 직원들에게 통보 후 바로 지급했다. 형식적으로 노동조합과 교섭을 진행하지만, 결국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안을 집행했다. 직원들이 보기에도 노동조합은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아직도 노동조합을 가입하면 회사에 찍히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과거와 바뀐 것이 없다. 혹자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왜 삼성노조는 조합원들의 실명을 밝히지 못하냐고. 이것이 삼성의 현실이라고 답하고 싶다.

 

삼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인사담당자나 고과권자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증거채집이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전파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 확대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 홍보활동을 감시하고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삼성화재의 경우,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 후에도 ‘평사원협의회’라는 회사가 만든 상조회가 어용노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용이 심히 의심되는 평협노조와 교섭을 중단하라는 가처분결정을 내렸고 불법교섭은 중단된 상황이다.

 

이것이 전 세계 초일류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삼성의 노동조합을 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은 숨기거나 모른척 하기도 했겠지만, 이번 인사평가제도를 개편하면서 그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인사평가제도는 삼성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과 승진도 인사평가제도를 통해 결정된다. 기본급, 성과급 모두 극단적인 성과주의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이다. 사실 직장생활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평가제도는 경영방침의 가늠자이다. 그 회사의 속셈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삼성은 대한민국 대기업 중에 가장 먼저 정기상여금을 없애고, 회사이익의 일정 부분을 분배하는 연말에 단 1회 지급하는 인센티브로 제도변경을 시도했다. 노동조합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 55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도도 도입했다.

 

이후에 삼성의 제도를 여타 대기업들과 자회사 협력업체 뿐 아니라 전혀 관련 없는 회사들도 따라서 시행했다. 삼성이 하면 다 좋은 제도라 전파되고, 표본과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다. 같은 업종에서 ‘삼성이 했다’하면 타사들도 함께 따라 하는, 인사노무 영역의 ‘유행의 선두주자, 삼성’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삼성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다수가 상처받고 곪아 터져도 약 한번 못 바르고 통증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게, 상처가 나도 치료받지 못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단이 바로 삼성의 인사평가제도인 것이다.

 

이번 제도는 겉으로 보면 좋은 것처럼 포장되어있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숨기고 있다. 변경된 제도는 상사의 급여결정권을 확대하여 사실상 임금결정권에 버금가는 과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게 해 상호 간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여 갈라치기하고 상사에게 절대권력을 줬다. 극단적인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일하는 기계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삼성그룹 노동조합이 인사제도 개악을 결사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12개 노동조합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상 정당하지 않은 불이익변경 인사제도를 절대 받아드릴 수 없다.

 

새해 벽두부터 터진 이번 인사개악,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는 여러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에 한국노총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동지들의 지지에 힘입어 멈추지 않고,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투쟁!

오상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