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땡볕 아래 누구나가 더웠다. 태풍이 몰고 온 습기 탓에 끈적거렸다. 불쾌지수가 연일 높았다. 언젠가 농성 천막 뜯겨나간 자리에 봉긋 솟았던 화단엔 잔디가 자릴 잡아 푸르렀다. 그 앞 태극기와 성조기와 노조 깃발이 푸른 하늘로 솟아 나란했다.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또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그 자리 뒤엉켜 땀 흘렸다. 쏟아지던 욕설과 반복되던 군가와 랩 음악이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북소리와 섞였다. 국화 들고 선 사람들 얼굴이 벌겋게 익어갔다. 눈에 자꾸 그렁그렁 물 들어 또 붉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사람들은 붉으락푸르락 성냈다. 거기 대한문 애국보수우파의 성지를 지켜야 한다고, 좌빨 노조 시체팔이 사기꾼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또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고 악다구니 썼다. 서른 명,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겠다고 분향소를 밤낮으로 지키는 사람들이 축축한 손수건을 짰다. 말을 아꼈다. 지켜보고 있자니 땀이 줄줄 흘러 입속에 스몄다. 쓰디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