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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사용 불이익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11월08일 10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대상 국정감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이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성의 퇴사를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녹취록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하라. 위법은 아니지만 한계선상을 걸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결과 2002년 대리로 입사해 2015년 육아휴직 전까지 남양유업 광고팀의 팀장이었던 여성은 회사의 통보도 받지 못한 채 보직 해임됐으며, 복직 후에는 택배실과 탕비실 사이에 둔 책상에서 단순업무를 처리했다. 이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자 남양유업은 여성을 출퇴근만 5시간 거리인 물류창고로 발령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는 과거의 일방적 해고통보처럼 단순하게 불이익을 줬던 방식에서 이제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고도화됐음을 의미한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임신·출산과 관련한 제도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보완되고 있다. 그중 육아휴직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방지하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의 육아휴직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마련됐으며, 공공부문에 비해 민간부문의 제도사용률이 낮은 것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다양한 유인을 제공한다. 또한 대기업에 비해 제도사용률이 낮은 소규모 사업장의 제도사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돌봄공백을 이유로 가족돌봄휴가가 10일에서 20일(한부모의 경우 25일)로 연장됐고, 가족돌봄휴직을 9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정이 이뤄졌다. 이처럼 육아휴직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가족돌봄과 관련된 제도의 주된 정책방향은 아마도 제도의 활용률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할 목적으로 보인다.

물론 그간 제도사용률이 높지 않았던 가족돌봄제도 사용률을 높이고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경력단절예방과 가구 내 성평등한 돌봄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문제의 본질은 제도사용이 아니라 제도사용 후 직장 내에서의 불이익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육아휴직을 포함한 가족돌봄제도를 사용한 후 복직한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승진이나 고과평가 불이익, 직장동료와 관리자의 눈치, 회식이나 식사 등 직장내 따돌림, 중요도가 낮은 업무로의 배치 등과 같은 직·간접적 불이익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다.

 

아직도 돌봄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주로 여성이 제도를 사용하고, 제도사용으로 인한 직장내 불이익은 성 차별적 문제로 다뤄졌지만 이는 비단 여성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노동자 역시도 이러한 불이익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이제는 제도사용을 논의하는 차원을 넘어 제도사용 후의 처우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육아휴직은 고용주의 허가사항이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 등을 충족할 때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허용해야 한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19조에서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와 해고를 금지하고, 동일업무에 복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동일업무 복귀가 어려울 때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로 복귀시켜야 한다.

 

남양유업의 사태가 바로 이러한 법망의 허술함을 이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휴직 전과 동일한 임금만 주면 어떠한 형태의 업무로 복귀시켜도 문제가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제도사용과 이로 인한 불이익이 금지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적어도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남녀 노동자의 불합리한 불이익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방지했어야 한다. 설사 불이익이 남양유업과 같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 이뤄지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실시한 남녀 노동자 돌봄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실은 제도를 사용한 남녀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즉 노동조합이 육아휴직을 포함한 가족돌봄제도 사용 이후의 불이익 방지에는 큰 역할을 못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영유아 자녀를 둔 조합원이 소수인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이 여성정책 혹은 가족정책에 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남성중심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더욱 친가족적이며 제도사용률 제고가 아닌 제도사용 이후의 불이익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앙정부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작동할 것이며 더 많은 남녀 노동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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