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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노동이 없다

조성주 한국노총 정치자문위원(정치발전소 대표)

등록일 2021년11월03일 13시4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다음 5년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선거가 150일도 남지 않았다. 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평화적인 집회를 연이어 하고, 그 결과로 치루어졌던 촛불대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음 대선이 코앞에 와있다. 각 정당들은 대부분 후보를 선출하였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곧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5년 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때문인지 각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도 비교할 수 없는 숫자로 많이 열렸고, 각 캠프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리고 노동계 역시 일찌감치 역대 가장 많은 위원장들, 조직들이 각 대선후보들의 캠프에 그것도 평소와는 다르게 일찌감치 결합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상한 풍경이다. 정작 대선에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기존의 대통령 선거들에서도 ‘노동’이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한국사회를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고 명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들에서는 소득을 어떻게 할 것이고, 따라서 노동이 어떻게 변화하거나 보호되어야 하는지가 이야기는 되었다. 적어도 그것이 자본의 입장에서의 노동개혁이던 노동의 입장에서의 노동개혁이던 노동개혁을 말하지 않는 후보는 없었다.

 

노동계 역시 주요한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묻고 또 조직별로 대통령 선거가 왜 노동운동에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일부 진보정당을 제외하고는 각 정당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에서 노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노총의 경우 대선정책요구안을 만들고 9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각 정당에 보내는 등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으나, 아직 큰 화제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누가 ‘덜 나쁜 놈’인가의 경쟁만

 

첫 번째 이유는 정치환경의 변화다. 이번 대선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 공동체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정책이나 노선을 놓고 치루어지지 않고 있다. 누가 더 ‘덜 나쁜 놈’인지 아니면 ‘더 나쁜 놈’인지가 주요한 쟁점이다. 우리가 도둑이면 상대는 강도이고 우리가 무관심하면 상대는 무능하다는 식의 이야기만 난무한다. 공동체의 방향을 놓고 치루어지지 않는 대선에서 ‘노동’과 같은 삶의 문제들이 의제가 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대선 자체가 이상하게 치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부동산 등이 주요한 이슈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이것 역시 집값이나 무슨 무슨 개발게이트라는 선정적인 한 단면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마도 다른 부문들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선에 ‘여성’이 없다. 대선에 ‘기후’가 없다. 등등. 지금 대선에는 ‘청와대’를 향한 노골적인 ‘권력의지’만 있을 뿐 ‘공동체’의 방향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

 

 

분노와 증오만 동원하는 정당들

 

둘째, 무엇보다 각 정당들이 현재 노동을 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15일 주요 3당에 대한 노동정책의 수렴도 및 노동지분에 대한 분석을 통해 비교 평가를 발표했으며, 2022년 대선정책 슬로건으로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정치권은 노동조합의 평가나 의견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듯하다.

 

지금 각 정당들이 다양한 조직된 결사체들을 통해 표를 얻으려 하기 보다 SNS에 반응하는 무작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켐페인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분노와 증오로 투표를 하기를 바라고 있어서이다. 우리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오기보다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때로 노동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누가 되는 것이 더 낫다가 아니라 누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에 고민이 더 가 있는 것 같다.

 

 

노동이 지향하는 정책과 노선, 과감한 제시 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각 정당들이 치열하게 유권자들을 양극화시키는 시점에 노동계는 오히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양 정당의 극단적 지지자들과 함께 노동이 분노와 증오에 몸을 실으면 결코 노동은 호명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은 11월 중순 경 대선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12월 초에는 각 정당에 한국노총의 대선 정책요구안을 내며 관련 공개질의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그 때 분노와 증오로 우리를 호명하지 말라고 먼저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상대가 나쁘다는 말이 아닌 정책과 노선을 제출하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양극단의 정치, 내용 없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정치를 멈추고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두고 토론하고 논쟁하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의 공과 과, 성과와 한계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지금 노동이 지향하는 정책과 노선에 대해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준거로 삼아 평가하고 투표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때 가서야 후보들이 노동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 캠프에 결합해 있는 노동계 출신들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긴다. 각 후보들의 캠프 내부를 설득하고 노동시민들에게 호응할 정책과 공약들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렇게 캠프에 먼저 결합한 노동계 인사들의 주된 역할일 것이다.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투표해야

 

민주주의는 개인의 이름으로 참여하고 투표하는 정치체제가 아니다. 각자가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으로부터 구성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집단의 이름으로 호명되고 참여할 때 민주주의는 사회통합과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그 효과를 발휘한다. 조합원들이 누구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SNS 아이디(ID)로 호명되는 개별 유권자로 투표하게 놓아 두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퇴보이며 또한 노동정치의 완벽한 실종을 의미한다.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조합원들에게 분노와 증오로 투표하기 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투표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사회적 정체성’의 첫 번째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성주(대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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