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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

박신영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저자

등록일 2021년11월02일 13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년 전 10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쩌다보니 남의 오빠와 내 오빠와 내 조카딸의 오빠를 동시에 가르친 일이 있었다.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의 목사님이 문상 왔다. 그는 어머니 영정 앞에 기도를 올리고 국화 헌화를 하더니 대표 상주인 오빠에게 말을 건넸다. “박00 선생님,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고인 안권사님께서는 생전에 믿음이 깊으시고,,,,,” 계속 오빠를 ‘박00 선생님’ 혹은 ‘00씨’라고 불렀다. 오빠 옆에 손 모으고 서 있던 큰조카와도 인사를 나눴다. 내 차례가 되었다.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오오, 신영이? 안권사님과 많이 닮았네. 신영아, 엄마 보고 싶으면 교회 나와라, 응?”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화가 났다. 엄마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니까 내게는 단지 엄마의 지인일뿐인데 초면에, 그것도 빈소에 와서 감히 상주에게 반말? 공평하게 오빠에게도 반말하고 내게도 반말한다면 엄마의 친구 어르신 자격으로 봐 주겠건만 왜 내게만? 보아하니 나와 나이차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 나를 스무살 조카와 함께 아이로 취급한 것이다. 그렇다, 아녀자(兒女子). 여자는 영원한 아동이어서 정식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있지.

 

나이 들수록 내 친오빠 한 명 키우기도 에너지가 딸려서 웬만하면 남의 오빠는 가르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은 웬만하지 않네. 이 목사는 선을 넘어 나를 모욕했잖아. 그런데 지금 나는 근신해야 할 상주 자격이고, 여기는 빈소다. 어쩐담.

 

고민하는 사이, 그는 돌아서서 걸어 나가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음걸음 노려보며 그가 빈소의 돗자리 밖으로 벗어날 때를 노렸다. 왜냐하면 경계선 밖은 다른 세상이니까. 역사서에도 있다. 로마의 경계선-포메리움 밖은 신의 보호를 받지 않지. 고대 로마의 건국 신화를 보면 기원전 753년, 로마에 도달한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형제가 일곱 개의 언덕을 차지하고 나라를 세우는 대목이 나온다.

 

로물루스가 자기 도시의 경계선을 쟁기로 그렸을 때 레무스가 선을 뛰어 넘으며 조롱하자 로물루스는 화를 내며 레무스를 때려 죽였다. 겨우 금 넘어 왔다고 형제를 죽이는 것은 이해 안 되지만, 건국 초창기 로마인들의 영역을 둘러싼 갈등과 다툼의 역사를 신화에 반영한 정도로 이해하자. 그 정도로 고대 로마인들에게 경계선은 중요했다. 로마인들은 이 경계선을 ‘포메리움(Pomerium)’이라고 불렀다.

 

포메리움은 신의 명령으로 만들어졌기에 허가 없이 선을 넘으면 신을 모독하고 국법을 어기는 것이었다. 팔라티움 언덕에 그어졌던 선은 목책 방벽이 되었다가 높이 7.2미터에 달하는 성벽이,,, 아, 직업병 나오네. 정신 차리자. 하여튼, 빈소 돗자리 경계선 밖은 식당이고, 빈소 밖에서 나는 상주가 아니다. 식당에서는 싸워도 된다. 신성한 선을 넘어 모욕한 자는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목사가 빈소에서 식당 구역으로 나가자마자, 소리쳤다. “저 새끼 뭐야! 왜 문상 와서 감히 상주에게 반말하는 거야?” 그가 멈칫했다. 들은 것이 확실했다. “신영아, 참아!” 오빠가 외쳤다. 이어서 말했다. “너가 어려 보였나보지. 너가 동안이어서 그랬겠지. 참아.” 나는 오빠 눈 앞에 내 얼굴을 들이대며 더 화를 냈다. “잘 봐, 이 얼굴이 무슨 동안이야? 오빠랑 겨우 두 살 차이인데, 같은 상주인데 왜 오빠는 박선생이고 00씨이고 나는 신영이야? 내가 여자니까 반말한 거잖아!” 오빠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사이, 목사는 가버렸다.

 

“오빠도 그러면 안 돼. 동안이라고 해주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 여자들은 얼굴 어려보인다고 하면 모욕받은 것도 잊고 헬렐레할 줄 알아? 그 생각도 나빠!” 옆을 보니 두 노안을 맞대고 싸우고 있는 아빠와 고모 사이에서 진정한 동안의 소유자인 조카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다시 다정한 고모로 돌아가 웃으며 조카에게 설명해 주었다.

 

“놀랐니? 빈소에서는 남녀노소 안 가리고 존대말로 상주 대접하고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절이야. 이건 분명히 저 목사가 여자라고 내게 반말한 거다. 잘 봐 두어라. 세상이 이래서 여자들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란다.”

박신영(작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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