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뜨거운 주식시장, 초라한 내 노동의 가치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1년10월21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업무 시간에 계속 주식시황만 검색하다가 근태 불량으로 찍혔습니다. 사장님이 자꾸 그만두게 하려 하는데 어쩌죠?”

수화기 너머 직장인의 하소연에 “직무에 충실하시고 해고될 경우 연락 주시면 해고사유를 살펴 부당성을 다퉈 보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따끔했다. 나 역시 요즘 주식열풍에 가세해 올해 봄부터 주식투자를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상담을 하다 보면 노동현장에서도 직종을 가리지 않고 주식투자에 뛰어든 직장인들이 상당한 것 같다. 소속 노동조합들의 현실을 보면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한 50대 이상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기존부터 주식투자를 해 온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2030세대 노동자들이 주식투자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실질적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 신규투자자 약 3천만명 중 30대 이하가 53.5%를 차지했다. 신규증권계좌 개설 건수는 약 2천115만개중 30대 이하 계좌가 1천172만개로 절반 이상이다. 이렇듯 수많은 2030 청년세대가 주식투자에 뛰어 들었고 이 중에는 매월 자신의 노동소득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자산증식을 꾀하고 있을 것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이들은 수익을 거뒀을까? 그렇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3월에서 10월까지 증권사 4곳의 고객 20만명의 주식거래를 분석한 결과 신규 투자자 누적 수익률은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1.2%로 손실을 봤다. 기존 투자자들의 15%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들이 주식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물가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고통스런 현실에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자리한다. 윗세대는 열심히 일해 알뜰하게 저축하면 자기 소유 집도 사고 안정적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청년세대를 꾸짖는다. 그러나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금방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경기호황은 이제 옛말이다.

국토연구원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온전히 자기 소득으로만 집을 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020년 기준 8년이었다. 2019년 조사 때 6.8년에서 1.2년이 늘어났다. 사실 8년을 꼬박 모아 수도권에 집을 살 수 있다고 믿는 무주택 노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8년간 집값은 더 뛸 테니 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청년세대는 내 몸 누일 집도 마련 못하는 열악한 노동현실을 벗어나는 지름길은 주식투자나 비트코인 투자처럼 자산투자가 더 빠르다고 믿는 듯하다.

실제 이러한 믿음이 노동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은 고약하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내가 일한 하루의 임금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에 호재라고 나온 회사의 주식을 개장 시점에서 매수해 거래량이 몰려 가격이 오르면 팔아 차익을 취하는 데이 트레이딩 거래가 있다. 일명 ‘단타’ 거래라고 하는데 주식에 처음 발을 들인 소위 ‘주린이’들 사이에서는 한 번쯤 경험해 보는 투자방식이다.

이렇게 거래를 하다 보면 몇 분 사이에도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의 수익을 경험한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해 순식간에 몇 백만원을 잃기도 한다. 이런 다이나믹한 거래에 익숙해지면 조립라인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손님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어가며 노동하고 받는 자신의 시급이 초라하게 느껴질 것이다.

투자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주식투자자들이 살펴보는 방송에서는 투자자문 애널리스트들이 대놓고 노동소득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저물었다며 주식투자를 예찬한다. 지금 자신의 노동소득을 모아 가까운 미래에 경제적 자립을 꿈꿀 수 없는 만큼 이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주식투자가 답이라고 설파한다. 이성적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지만 나의 노동현실과 비교하면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다.

지난봄 온갖 노력으로 고액 연봉의 바이오 대기업에 입사한 노동자 수십명이 주식 때문에 한꺼번에 퇴사했다. 그 기업은 상장주식이 공모가의 5배 이상 올라 직원들의 배정주식은 시세차익만 15억원 이상이 발생했다. 이들이 재직 중에 처분이 금지된 배정주식을 팔기 위해 한꺼번에 퇴사한 웃지 못할 현실 앞에서 나의 노동은 얼마나 초라한가.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려면 노동소득의 실질가치를 높이고 공공주택 공급과 같은 복지제도 향상을 통해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안정적 소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본 명제가 무너지면 더 이상 노동시장은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