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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시간도 안 되는 노동교육, 무너지는 청소년 노동기본권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1년09월23일 13시5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경기도 김포의 농공단지 용기제조업체에서 일하기로 한 영수(가명)는 공장장이 내민 근로계약서의 의무재직기간대로 최소 3개월 일하기로 했다. 회사는 그전에 관두면 영수에게 벌금을 내야 한다는 동의를 받았다. 사정 때문에 1개월 일하고 그만두게 된 영수는 1개월 일한 월급은 안 받아도 된다며 빨리 그만둘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궁금해 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의무재직기간을 정해 벌금을 부과하는 계약은 손해배상약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벌금을 정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해 1개월 일한 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영수는 “약속을 안 지킨 자신이 잘못한 줄 알았다”며 “주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의무재직기간 때문에 임금을 쉽게 포기한다”고 전했다. 영수에게 고용노동청 진정방법 등을 알려 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 이야기했지만 영수는 “회사를 상대로 (싸우기) 쉽겠냐”며 “빨리 그만둘 수 있게만 해 달라”고 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감염병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한창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법 교육으로 바쁠 때다. 부천과 김포, 그리고 서울의 특성화고까지 매달 학교를 돌며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노동법 교육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교육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으로 나가는 시점과 맞물려 진행되는데, 보통 노동인권교육과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교육이 함께 진행된다. 내가 일하는 부천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노사민정 협력기구의 의지에 힘입어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는 수능시험이 끝난 인문계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수능 이후 체험학습 형태로 노동법 교육이 이뤄져 왔다.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이 아니다 보니 노동법 교육시간은 학생들에게 크게 중요하다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교육에 들어가면 신나서 자신들의 일경험을 이야기한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법 교육에서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모의 근로계약서 작성에도 이들은 사장과 직원으로 역할을 나눠 진지하게 임하고 교육 후에도 질문을 계속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학교에 소속을 두고 있는 학생들이라 일경험이 얼마 없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교육 전 아르바이트 경험을 묻는 질문에 한 반 3분의 1 이상은 손을 들었다. 친구들과 노는 데 필요한 용돈벌이라 생각했는데 개중에는 6개월에서 1년을 넘도록 생업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에 몸담은 친구들도 많았다. 부천시와 서울시 청소년들의 주된 일터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지역 중심가 서비스 점포였지만 김포시나 천안시 등 수도권 외곽이나 지역에서는 소규모 농공단지에 위치한 제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상당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20세 미만 청소년 중 취업해 일하는 비율은 약 8.6%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나타난 청소년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 4.6%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중·고생들 중 임금체불 등 부당한 노동인권 침해를 경험한 비율은 50%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들 중 82%는 불리한 일을 겪어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90%가 넘는 일경험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용돈 벌이나 사회생활 체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상시·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청소년의 경제활동이 됐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직무교육을 통해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근로자의 자세는 교육하면서도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훼손됐을 때 이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는 소홀했다. 노동 관련 교육 분량은 사회교과서 170시간 중 2시간, 일반계고 사회 과목 등에서 1시간 남짓이었다.

영수 같은 일경험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면 이들이 처음 경험한 사회의 일터에서 체념을 내면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학교 교육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불균등하게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과 의지가 닿는 곳에서만 비정기적으로 노동인권교육이 이뤄진다.

늦었지만 다행히 예비노동자인 청소년들이 학교 교실에서 자신이 처한 노동시장에 대한 환경과 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인권교육 법안들이 발의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최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요구를 수렴해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루속히 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노동기본권 교육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부장 (leeseyha@naver.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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