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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라 말하지 못하는 사회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09월07일 16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얼마 전 끝난 2020도쿄올림픽에서 여러 감동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그중 하나로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가 올림픽 양궁 사상 최초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순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 고유특성인 숏컷과 여대, 그리고 과거 발언들을 이유로 개인SNS에 여성혐오적인 공격과 급기야 페미니스트라는 필터로 사상을 검증하려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페미니스트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출처 =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 국민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남성 중 절반 이상은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 응답했고 무려 60~70%가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적이고 공격적이라고 봤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낫다고 응답한 비중도 60%에 육박한다.

 

쉽게 말해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식은 여성우월적이며 공격적 성향을 띤 남성혐오 집단정도로 정리된다. 그러다 보니 금메달리스트가 남성혐오 표현이라 불리는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이유로 금메달리스트를 남성혐오자 내지는 여성우월주의자로 낙인찍고 집단적 여성혐오가 이뤄진 것이다. 단순히 개인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 내 응축됐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페미니즘은 지식생산과 분배의 위계적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Hesse-Biber 등, 2004). 단 하나의 보편적 진리를 주장하는 전통적 지식구축 과정에 비판적 거리를 두고, 여성의 경험을 중심으로 주류 사회에서 숨겨진 다른 측면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란 성평등이라는 개념보다 여성우월주의적이고 매우 불편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20~30대 청년남성을 중심으로 안티페미니즘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성의 표를 필요로 하는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청년세대 중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비중이 여성은 37%였지만, 남성은 3.8%에 불과하다. 과거 극우성향 커뮤니티 이용자가 아님을 증명하듯이 이제는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강조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큰 환호를 받는 비정상적인 현실이다.

이처럼 페미니스트에 대한 거부감이 커짐에 따라 특정 이념·사상에 대한 부정적·집단적 반발을 의미하는 백래시(backlash) 역시 빈번하게 관찰된다. 물론 반강제적 여성할당제와 같이 노동시장 내 젠더관점이 결여돼 차별적 논쟁을 야기하는 여성정책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부장제의 피해를 청년세대가 받음으로써 발생되는 반발, 극단적 커뮤니티의 남성혐오 미러링 등이 기폭제가 돼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거부감과 분노가 높아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페미니스트들이 조직적으로 학생들을 세뇌한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십만명의 호응을 얻었고, 특정 커뮤니티의 티셔츠를 입었다며 성우가 퇴출당했다. 그리고 편의점 및 정부기관 포스터에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손가락 그림이 사용됐다며 불매운동과 집단적 항의가 발생했다. 급기야 디자인·예술 분야에서는 엄지와 검지에 관한 디자인이 금지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백래시는 페미니즘에 대한 단순 반감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증오와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다. 소수의 일탈적 행위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음에도 젠더갈등으로 치환하고 사회병리현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남성을 겨냥한 여성의 백래시 역시 동일하다. 일부 남성의 문제를 전체 남성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고 일반화하며 또다시 남성혐오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

 

과거 미국의 페미니즘이 백래시를 극복하고 제2세대, 제3세대, 제4세대로 발전한 데에는 운동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여성주의 또는 남성혐오로 치부되고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은 여성혐오로 수렴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밝히지 못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페미니즘이 초래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요구하고 젠더관점에서 발전적 논의가 요구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 누구나 페미니스트라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윤·희의 넌 어때?' 코너에 공동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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