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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 먹은 자가 효도하라!

박신영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저자

등록일 2021년07월29일 10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닭다리가 몇 개야? 대답해 봐. 네 개야, 두 개야?” 몇 년 전 일이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오빠에게 닭다리 개수를 물었다. 오빠는 대답을 못 하고 어버버거렸다. 물론 답을 몰라서는 아니다. 그런데 왜 대답을 못 했을까. 우리 남매의 나이를 합치면 백 살도 훌쩍 넘었다. 오순도순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사이좋게 늙어가,,,,기는 개뿔. 아직도 만나면 투닥거리며 말싸움하기 일쑤다. 그러나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으로서, 어지간하면 올케언니나 조카들 앞에서 오빠를 크게 다그치지 않는다. 본인도 가족들 앞에서 체면이 있을 것이니. 문제는 어지간하지 않을 때다. 오빠는 주기적으로 과거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했다. 오죽하면 내가 오빠의 이름을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읽어서 ‘노부테츠 상’이라고 부르며 놀리겠는가.

 


▲ 출처 = 이미지투데이

 

그 날의 망언은 이랬다. “우리 집은 아들 딸 차별 없었어. 오히려 딸을 우대했어.” 즉시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얼마나 차별이 심했는데! 치킨 시키면 엄마가 닭다리는 오빠 주고 나는 퍽퍽한 가슴살만 먹였다구!” 오빠가 해맑은 표정으로 뇌맑게 되물었다. “어? 난 너도 먹은 줄 알았는데?” 아아, 정말 어지간하지 않군. 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자, 같이 계산해 보자. 치킨 한 마리 시키면 다리 하나는 아빠가 드시고 다리 하나는 오빠가 먹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닭다리를 먹을 수 있었겠어? 닭다리는 몇 개지?” 이어서 오빠에게는 나이키를, 내게는 기차표 동양고무 운동화를 사 준 이야기도 했다. 오빠는 지지 않고 그래도 너는 공부 잘 해서 부모님들이 이뻐했다고 주장하네? 진실을 알려 주었다. 나는 1등 찍힌 성적표 받아올 때마다 칭찬은커녕 컨닝했냐는 말 들었다고. 엄마는 늘 말했다. “너는 사실 오빠보다 머리가 나쁘다. 오빠 기 죽이지 말라.”

 

이쯤 되면 차별은 부모가 했는데 원망은 왜 내가 들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친절한 박작가이므로 설명해준다. “오빠, 나는 과거 부모의 잘못 때문에 현재 우리 남매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하지만 오빠가 지금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적어도 우리의 과거사를 왜곡하면 안 되지. 어릴 적 오빠는 닭다리 먹으면서 나이키 신으면서 내 앞에서 자랑하고 나를 놀렸거든. 나는 그 때의 어린 오빠를 용서해. 그런데 성인이 된 지금, 오빠가 내 아픔을 부정하는 말을 하면, 나는 오빠를 미워하는 마음이 다시 든다구. 그러니 조심해줘,,, 뭐 그러기 싫으면 혼자 엄마 감당하던가. 닭다리 먹은 자가 효도하면 되겠네.”

 

직장 다닐 때, 중년 남성 상사들이 부모 봉양하고 간병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경험이 부족해서 몰랐다. 아들인 본인 혼자 짐을 지고 있다고 ‘여자 형제는 쓸모없다, 이래서 아들딸 차별하는 거다.’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곤 했다. 겪어보니 아니었다. 오빠 대신 병실에서 밤샘하고 병원비 반 부담해도 엄마는 딸인 나를 구박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딸이 부모에게 못 하니까 부모가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자랄 적에 차별 받았기에 안 하는 딸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이키 운동화로 예를 들어본다면, 1/10로 키우고는 동등한 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쪽이 반칙 아닌가. 엄마가 중환자실에 계실 때 친척 남자 어른들이 오셔서 나는 빼고 오빠와 의논하는 것을 보고도 알아버렸다. 딸/여성은 의무를 다 이행해도 권리는 주지 않는다는 것을. 페미니스트들은 의무는 지지 않고 권리만 요구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 현장을 보라.

 

태어나고 자란 문화의 영향은 무섭다. 엄마가 내게 하던 식으로 오빠가 조카딸을 대하는 것이 종종 보인다. 걱정이다. 내 또래까지나 차별받으면서도 부모에게 순종했지, 다음 세대 여성들은 상처받느니 그냥 의절해 버릴텐데. 그래서 잘못을 지적해준다. 나는 오빠가 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니까 말이다. 조카딸에게도 당부해 두었다. “아빠가 헛소리하면 당장 고모에게 전화해서 일러라. 아니, 바로 그 자리에서 가르쳐. 고모랑 니 아빠 공동 육아하자.”

박신영(작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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