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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여성대표성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07월20일 10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문화는 법·제도가 바뀌더라도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처럼 너무나도 익숙해서 가부장적인 행동인지, 태도인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자행된다. 문제는 평등사회를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해와 권리를 대변하며 민주주의의 수행자 역할을 해야 하는 노동조합 역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혹은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이미 노동조합이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조응하며, 여성 역시 변화된 노동조합 문화를 향유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어진 노동시장 내 고착화된 젠더 이슈가 아직까지도 견고히 유지되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과연 우리 스스로가, 노동조합이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났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여성은 여성이 주로 저임금의 단순하고 질 낮은 일자리에 집중됨에 따라 발생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남성과 동일한 일자리에 위치하더라도 고위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오랜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국가로 분류될 정도의 극심한 성별 임금격차를 경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당면한 여러 과제 중에서 시급성 내지는 급박성을 이유로 성차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게다가 노동조합 내 안티페미니즘은 여성노동 현실을 여성이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저임금 또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고 개인 삶에 집중하기로 한 것에 대한 결과로 여기며, 노동운동과 여성노동은 별개의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이 노동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여성해방(emancipation)은 무엇을 통해 도달 가능할까.

주요 국가에서는 노동조합 내 안티페미니즘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적극적 노력이 추진됐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여성노동자의 대표성 확보를 들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낮아진 노조 조직률의 공백을 시간제 일자리 등 취약계층 여성노동자가 대신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당연한 조치로 이해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활발해진 여성운동을 시작으로 노동조합 내에서 노조 페미니즘이 등장했는데, 이는 몇몇 국가들에서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면 그리스·네덜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에서 노동조합 내 간부 또는 집행부 내 여성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된다. 즉 노동조합 안에서 그간 주목받지 못한 여성노동자의 대표성을 실현함에 따라 젠더적 관점을 관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노동조합 내 여성대표성 실현이 세계적 흐름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우선 노조 조직률을 보면 1980년 우리나라 남성 임금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13.6%였으나 여성노동자는 17%로, 노동운동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의 노조 조직률은 점차 감소해 1992년에는 9.1%를 보였으며, 이후 2016년에는 5.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더 큰 문제는 여성 노조 조직률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내 젠더 관점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여성대표성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양대 노총의 단위노조 중 여성이 대표자인 경우는 10% 내외 수준이며, 교섭위원으로 여성이 한 명도 없는 사업장은 20~30%나 된다(매일노동뉴스, 2020년 12월9일자) 이렇듯 노동조합 내 여성 비율이 낮고, 젠더 관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 간부가 소수자인 상황에서 여성차별적 해소를 위한 의제는 후순위로 배치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배제적 노동운동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우리나라 900만명에 달하는 여성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혹은 불필요한 단체 정도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이제는 그간 불만 섞인 듯이 던져졌던 ‘왜 여성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보다 노동조합은 무엇을 통해 여성노동운동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여성 간부를 양성하고 노동조합 내 여성대표성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동조합 차원에서 여성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에 대한 고민 역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여성노동자도 그간의 수동적 움직임에서 벗어나 스스로 목소리를 내 노동조합에서 주체성을 확보하고, 본인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노동조합 내 여성운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나아가 성별을 관통하는 노동운동이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윤·희의 넌 어때?' 코너에 공동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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