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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여성차별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07월20일 09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오늘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여성이 직장에서 직면한 차별을 얘기하고자 한다. 아마도 안티페미니스트이거나 신분·서열과 지배·복종의 가부장제 기반 성별 분업에 익숙한 명예남성은 첫 줄부터 아니면 제목부터 페미니스트의 따분한 얘기로 치부하며 페이지를 넘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필자는 경제학 전공이며 여성주의자도 아닐뿐더러 성별 역시 남성이다. 그럼에도 여성노동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고, 직장내 차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어머니의 경험담 덕이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어머니는 흔히 말하는 배운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국내 대기업 기획부서를 거쳐 인사부서에서 20년 가까이 근속하셨고, 외환위기 때 해고 칼바람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티셨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여성 관리자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진급을 미루라는 남성 임원들의 강압적 회유에 반발한 이후 소위 ‘뺑뺑이’를 돌았고 그렇게 여러 신설부서를 전전하며 진급누락을 경험했다. 부서 최초 여성 차장으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던 어머니는 동기들과 달리 임원 문턱에 가 보지도 못했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다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더니 대학 입학 후 몇 년을 더 버티시다 결국 ‘자발적’으로 쫓겨나셨다. 적어도 어머니에게는 외환위기 칼바람보다 유리천장이 더 매서웠나 보다.

비단 어머니만의 경험이었을까? 20년이 지난 지금 여성노동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개선됐을까? 간혹 여성 노동시장 차별을 이야기할 때면 다수 남성은 남성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역차별과 페미니즘의 문제를 주장한다. 가령 페미니즘으로 대변되는 남(성)혐(오) 사이트의 비정상적인 행태나 여성이 야간당직에서 제외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필자 역시 그러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시장 차별을 논의할 때 이런 주장은 너무나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것으로 노동시장 내 만연한 여성차별이 절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뿌리 깊게 고착화한 여성차별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논쟁거리가 있는 성별 임금격차는 차치하고 상위 50대 기업만 보더라도 성별차이는 명확하다. 2019년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 비중이 높은 기업은 신세계·오뚜기·코웨이·이마트·현대백화점 다섯 곳에 불과하다. 판매직 비중이 높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 중 절반은 여성고용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여성이 이공계를 선호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다음을 보자. 이들 기업 중 40개 기업은 여성 등기임원이 0명이며, 나머지 10개 기업도 여성 임원은 단 1명이다. 남성은 평균 7.7명인데 여성은 0.2명 수준이다. 미등기임원 역시 평균 74.8명이었으나, 여성은 3.2명이다. 오죽하면 여성이 임원이 되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혹시나 임원이 되면 빨래하고 밥할 시간이 없을까 봐, 임원을 선호하지 않아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걸까?

남녀 임금노동자 2천983명을 조사해 보니 여성은 남성보다 대리 진급이 2.2년 느리고, 과장 진급은 2.6년, 차장 진급은 1.2년 느렸다. 즉 여성은 차장급까지 도달하는 데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약 6년이 느린 셈이다. 이러한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전통적 성 역할 인식에 따른 성별 직무분리와 불투명하고 비체계적인 성과평가를 주목한다. 조사 결과 성과가 나오는 중요한 부서와 업무에는 주로 남성이 배치되고 여성은 주변업무에 할당된다. 그러다 보니 여성이 낮은 고과평가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문제는 성과평가 절차에서도 나타난다. 정성과 정량으로 구성된 평가에서 피평가자는 평가이유를 알기가 불가능했다. 요즘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평가자가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에 부합되는 사람이라면 여성이 주변업무로 밀려나고 불합리한 평가 결과를 받더라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퇴사를 각오한다면 평가자에게 감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있겠다.

필자의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퇴출당한 지 20년이 다 돼 간다. 이 기간 노동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여성노동 차별은 그 시절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현실은 더욱 교묘하게 차별이 아닌 듯 차별하며 법·제도를 피해 간다. 만약 어머니께서 버티셨으면 차별에서 해방되셨을까? 아니면 노동조합에 가입하셨다면 노동시장에 남아계셨을까? 아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매번 여성 푯값의 대가로 여성정책이 공약집의 한편에 자리해 왔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역행했으며, 이 때문에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인 조직문화는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유리천장을 포함한 직장내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의 어떠한 정책보다 노동조합의 여성운동과 단체협약이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럼에도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은 20년 전 수준에 멈춰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성별차이를 가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현장에서는 여성차별이 고착화하는 동안에 노동조합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윤
·희의 넌 어때?' 코너에 공동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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