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기 호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불구, 탄소세에 대한 사회적 저항 우려 존재
프랑스 하원은 올해 3월 16일 프랑스 헌법 1조에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싸움과 환경 및 생물 다양성에 대한 보호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물론 상원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프랑스 정부와 사회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관심과 추진의지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8월 중장기 에너지계획인 ‘장기에너지프로그램(PPE, Programmation pluriannuelle de l'énergie)’을 발표했다. 현재는 2차 장기에너지프로그램(2019~2023년)을 시행 중이다. 이와 같은 계획에 따라 2016년 3억2,200만톤이었던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CO₂) 배출량을 2023년까지 14%, 2028년까지 30%를 감축해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나, 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깊이 우려하고 있다. 2014년 탄소세를 도입한 프랑스 정부는 2017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를 1t씩 배출할 때마다 30.5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7년 10월과 2018년 10월 사이에 휘발유와 디젤 연료 가격은 각각 15%, 23% 상승했다.1) 이와 같은 연료비 상승은 중산층과 빈곤층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로 인해 나타난 대표적인 사회적 저항이 바로 2018년에 있었던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이다.
이처럼 프랑스의 노동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경제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는 프랑스가 기후변화를 명분으로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때문에 프랑스의 노동단체들은 탄소세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탄소세로 거둬들인 세금의 분배 문제, 국제경쟁력에 대한 의문 등에 대해서 프랑스 사회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정치적으로 탄소세가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득재분배와 경제활성화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설득에 부합하는 정책대안이 잘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디지털세를 위한 유럽연합과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남은 과제
프랑스는 2011년에 온라인 광고 비용의 1% 정도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후 2019년 7월 3% 단인세율의 디지털서비스세 법안을 제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디지털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유럽 역내에 진출한 기업은 유럽 전역 어디에서 매출을 올리더라도 한 회원국에만 본부 법인을 두고, 세금을 내면 되는 규정을 문제 삼았다. 유럽에 진출한 거대 다국적 IT기업은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평균 실효세율은 9.5%로 제조기업 평균 실효세율 23.2%보다 매우 낮게 적용 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법인세가 없거나 매우 낮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디지털세 부과로 인한 소비자 부담 가중이다. 둘째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프랑스가 고립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2) 디지털세의 주요 타겟이 되는 기업들이 미국의 거대 IT기업이기때문에 향후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노동권에 대한 우려, 정부는 시민들과 대화 노력
프랑스에서 로봇세는 ‘산업의 자동화(L'automation industrielle)’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언제나 사회적 논란을 크게 일으키고, 일자리와 관련해서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인간을 대신 할 수 있는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초 프랑스 민주동맹(CFDT)과 노동자의 힘(FO)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자동화에 대한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우려와 저항 때문인지 프랑스에서 산업로봇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 대비 산업로봇의 수는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로봇과 실업의 연관성,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등 로봇과 자동화 발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술개발을 억제할 경우 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국제적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막을 수 없는 산업의 자동화에 대해서 프랑스 가내 수공업 및 직업 회의소(Chambre de métiers et de l'artisanat)의 회장인 베르나르 스탈테(Bernard Stalter)씨는 “산업의 자동화가 프랑스 사회 모델을 위협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로봇세(une taxe robo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 로봇세에 대한 논의는 로봇의 일자리 대체효과나 산업의 자동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성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로봇기술 발달과 자동화를 시민들의 지지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우리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의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탄소세, 디지털세, 로봇세의 도입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가중될 수 있어, 중산층과 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무엇보다 노동의 안정성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꾀하는 정부와 갈등과 충돌을 자주 빚는다. 이러한 갈등과 충돌이 어쩌면 급변하는 사회에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동조합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도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
1) 017년 휘발유 소비세는 리터당 0.651 유로였다. VAT 세율이 20%인 경우 세금에서 나온 총 휘발유 가격의 비율은 63.9 %였다. 디젤 연료에 대한 소비세는 리터당 0.531유로였다. 부가가치세 20%를 적용하면 디젤 연료 총 비용의 59.3%가 세금이었다.
2) 딜로이트(Deloitte)의 ‘프랑스 디지털 서비스세(The French Digital Service Tax : An Economic Impact Assessment)’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