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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얼굴] 반딧불이처럼 우리 마음을 밝혀주는 노래

민정연(꽃다지 기획자)

등록일 2020년09월28일 15시1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970년대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고도성장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열매는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산업화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노동자의 삶은 외면 당했고, 도시화를 위해 재개발이 횡행하면서 삶터를 쫓겨나는 빈민들이 넘쳐났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빈민층의 삶을 담은 예술 작품들이 다수 있습니다. 소설 분야에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다면 노래에서는 ‘못생긴 얼굴’이 그 중의 백미가 아닌가 합니다.

 

‘못생긴 얼굴’은 1980년 발매한 한돌의 정규 1집에 수록되어 공식적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본명이 이흥건인 그는 ‘작은 돌의 역할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순우리말 ‘한돌’로 짓고 음악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노래동아리 ‘참새를 태운 잠수함’으로 활동을 시작해 1980년에 정규 음반을 발표하지만, 가수로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가수보다는 작곡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신형원이 부른 ‘불씨’, ‘유리벽’, ‘개똥벌레’, 서유석이 부른 ‘홀로 아리랑’, 한영애가 부른 ‘조율’이 그가 만든 노래입니다. 이쯤이면 왜 갑자기 대중가요 작곡가를 얘기하는 걸까 의구심을 갖는 분도 있을 겁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그는 대중가요와 민중가요의 경계에 선 아티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민기, 문승현 등과의 교류가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는 그의 작품에 담긴 ‘못생긴 얼굴’로 표현되는 가진 것 없는 사람에 대한 시선, 부조리함에 대한 비판의식이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그의 노래를 ‘민중의 노래’로 받아들이게 한 건 아닐까요.

 

‘못생긴 얼굴’은 70년대 개발에 밀려나는 빈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민중가요권에서는 5절로 구성된 노래를 부르는데 음반에 실린 노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사와는 매우 다릅니다. 2절과 4절이 사전심의에 걸렸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너네는 큰집에서 네 명이 살지 / 우리는 작은집에 일곱이 산다 / 그것도 모자라서 집을 또 사니 / 너네는 집 많아서 좋겠다 /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 우리 집도 하얗지 // 며칠 후면 우리 집이 헐리어진다 / 쌓아놓은 행복들도 무너지겠지 / 오늘도 그 사람이 겁주고 갔다 / 가엾은 우리 엄마 한숨만 쉬네 / 개×× 개×× 나쁜 사람들 / 엄마 울지 마세요’ 위의 가사를 보면 왜 사전심의에 걸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구호 한마디 없는 담담한 서술이지만 개발 독재에 대한 비판이라는 걸 눈치 챘겠지요. 결국, 음반에는 2절과 4절이 통째로 삭제되고, 무시당하고 배신당한 남자의 넋두리가 새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가사는 원곡이지요. 권력이 싹을 없애버리려 해도 민중들은 자신의 노래를 지켜냈다는 의미에서, 오락가락 권력에 비위 맞추던 사전심의의 허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도 뜻깊은 노래가 아닌가 합니다.

 

고 김광석은 ‘못생긴 얼굴’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가수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지요. 단출한 멜로디에 직면한 현실을 담담히 들려주는 가사가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감정 이입하게 하여 발표한 지 4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많은 공감을 얻는 노래입니다.

 

한돌은 90년대 중반에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재개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한돌 타래’ 음반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과 공명하며 긴 호흡으로 꾸준히 그가 들려줄 노래는 반딧불이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줄 거라 믿습니다.

 

못생긴 얼굴 (작사·작곡·노래 한돌)

 

열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 내 모습을 보더니 손가락질 해
그놈의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 못생긴 걸 어떡해

너네는 큰집에서 네명이 살지 / 우리는 작은집에 일곱이 산다
그것도 모자라서 집을 또 사니 / 너네는 집 많아서 좋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 우리 집도 하얗지

모처럼에 동창회서 여잘 만났네 / 말 한번 잘못했다 뺨을 맞았네
뺨 맞은 건 괜찮지만 기분 나쁘다 / 말 안 하면 그만이지 왜 때려
예쁜 눈 예쁜 코 아름다운 입 / 귀부인이 되었구나

며칠 후면 우리 집이 헐리어진다 / 쌓아놓은 행복들도 무너지겠지
오늘도 그 사람이 겁주고 갔다 / 가엾은 우리 엄마 한숨만 쉬네
개xx 개xx 나쁜 사람들 / 엄마 울지 마세요

아버지를 따라서 일터 나갔네 / 처음 잡은 삽자루에 손이 아파서
땀 흘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니까 / 나도 몰래 내 눈에서 눈물이 난다
하늘에 태양아 잘난 척 마라 /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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