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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상품인가?

등록일 2018년06월11일 11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1942년 8월부터 1943년 2월까지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벌어진 공방에서 소련군이 독일군을 박살내면서 2차 대전의 승부가 갈렸다. 연합국의 승리로 끝날 게 분명해질 무렵인 1944년 5월 국제노동기구(ILO)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제26차 총회를 열고 "회원국의 정책 기조가 되어야 할 원칙"을 채택했다. 바로 <필라델피아 선언: ILO의 지향과 목적>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로 시작되는 선언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인류 진보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밝히고,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하여 "결핍과의 투쟁은 각국에서 불굴의 의지로" 수행되어야 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선언은 ILO 헌장에 명시된 "항구적 평화는 사회적 정의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함"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인간은 자유와 존엄과 경제적 안정 속에서 평등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물질적 진보와 정신적 발전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일국 차원 혹은 국제 수준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책의 핵심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ILO는 전후 질서를 구축할 때 스스로를 모든 국제적 경제, 금융 정책과 조치들을 검토하고 심의하는 국제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기획을 했다. 이 작업은 당시 ILO총장이던 펠란(Edward Joseph Phelan, 1941-1948년 재임, 사진 참조)이 주도했다.

완전 고용과 생활 수준 향상, 공동선에 기여하는 일자리, 생존에 필요한 임금 보장, 소득 향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진보의 과실에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과 사회경제 정책의 입안과 적용을 위한 노동자와 사용자의 협력,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 확대, 노동자의 삶과 건강 보호, 아동과 모성 보호, 적절한 수준의 의식주와 문화시설 제공, 교육과 직업에서 평등한 기회 보장. 이런 게 "세계의 모든 민중들에게 완전히 적용될 수 있다"고 ILO는 선언했다.

필라델피아 선언 이후 70년이 훌쩍 넘었다. 안타깝게도 노동은 상품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노동의 대상인 기계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윤을 내면 쓰고 못 내면 버려도 되는 존재로 취급된다. 기계를 갈아치우 듯, 자본가가 노동자를 마음대로 갈아치울 권리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인적자본(human capital)', '인적자원(human resources)', '노무관리'라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는 생명이기보다 사물에 다름아니다는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었다. 노동자는 생산과 용역을 위한 투입 요소, 즉 자본과 자원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는 존중 받는 인간이 아니라, 관리 받는 사물로 쪼그라들었다. 1944년 만들어진 필라델피아 선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동은 상품이 되어선 안 되며, 제대로 된 노동운동이라면 기를 쓰고 사력을 다해 아니게 만들어야 한다.

윤효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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