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너무나 먼 그 이름, ‘비건’
‘채식주의자’혹은 ‘비건’. 누구나 들어서 알지만 대다수에게 이 단어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단어다. 바쁜 현대인의 대부분은 하루에 고기를 몇 끼를 먹는지, 내가 먹는 음식에 고기가 들어갔는지 여부조차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내가 하루 중 고기를 몇 끼나 먹는지 의식하며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육식을 줄여야겠다 생각하지만 아직 ‘비건’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간단하다. 비건은 못돼도 비건의 카피캣(copycat)이라도 되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한 명의 비건보다 다수의 축소주의자
이 책은 ‘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를 표방하는 만큼 부담스럽지 않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응원한다. 100% 비건이 아니라 식사에서 고기를 줄이는 축소주의자여도, 동물보호권이 아니라 본인의 건강을 이유로(혹은 단순한 흥미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시작해도 괜찮다. 콩고기를 비롯한 채식 식료품과 채식 식당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은 한 명의 비건이 아니라 다수의 육식 축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육식 소비의 감소 역시 다수의 축소주의자가 훨씬 많은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자는 ‘고기 없는 ○요일’(일주일 중 하루를 지정해 채식), ‘비거뉴어리’(비건+1월(January)의 합성어로, 1월 한 달 동안 채식) 등과 같은 캠페인으로 먼저 행동해 볼 것을 권유한다. 윤리적 사고가 행동을 이끌어내기는 어렵지만 별 의도없이 시작한 행동이 합리화를 통해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경청의 기술, 대화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도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비건에 관심이 없더라도 운동가, 활동가 혹은 다수의 사람을 설득해야 할 위치의 사람이라면 저자의 오랜 실용적 운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가능하고 현실적인 범위 찾아보기
‘비건’ 용어를 만든 왓슨 부부는 비거니즘을 “최대한 가능하고 현실적인 범위에서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삶의 방식”으로 정의했다. 오늘부터 자신의 가능하고 현실적인 범위를 찾아보고 비거니즘에 한 발짝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환동에서 지금부터 한 달간 진행하는 ‘고기없는 ○요일’ 캠페인에 참여하면 된다!) 열심히 노력하여 꼭 비건이 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이건 나도 자신이 없다.) 그저 작은 발걸음으로 큰 변화를 만드는 다수에 함께 편승해주길 조심스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