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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페미니스트정치, 지금부터 시작이다

권수현(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등록일 2020년05월18일 10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1대 총선, 미투 이후의 첫 총선 
2017년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검사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한국에서도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2016년 1월 1일부터 SNS에서 ‘#미투’가 언급된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전체 4,270만 건 중 한국어 해시태그는 약 316만 건으로 영어와 스페인어에 이어 3위에 올랐다(한겨레 2019.05.24.).1 각 언어의 사용인구수를 고려한다면 한국이 압도적 1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투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난 이유는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운동, 메갈리아의 미러링, 소라넷 폐쇄 운동,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등을 겪으면서 여성들, 특히 10~20대 여성들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희롱 발언을 포함한) 성폭력에 관대한 문화와 법과 제도는 변화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침묵해왔던 여성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미투이며, 가부장적인 남성지배(male dominance) 구조와 강간문화를 여성의 힘으로 바꾸기 위해 집단적으로 나선 것이 미투운동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집단적 자각과 활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폭력에 대한 공포(fear)와 불안보다는 반(反)페미니즘을 외치는 20대 남성들의 불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원인을 20대 여성들의 이기적인 페미니즘으로 규정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법들의 처리를 21대 국회로 미루었다. 
 

미투 이후 여성들은 달라졌지만 정치는 달라지지 않았고, 이러한 점에서 21대 총선은 한국사회가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향해 달려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21대 총선 결과는 남성정치가 지배하는 현실정치의 벽이 공고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20대 여성들, 페미니스트 정치를 선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들과 그것의 의미를 확인함으로써 희망을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지난 2018년 7회 지방선거와 비교해 ‘페미니스트’를 전면에 내걸고 출마한 후보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역구에서는 서울 서대문구갑 신지예 후보(3위, 2,916표, 3.2%), 서울 동대문구갑 이가현 후보(3위, 2,009표, 2.0%), 서울 은평구을 신민주 후보(4위, 2,600표, 1.8%), 비례대표에서는 정의당 조혜민(23번) 후보, 여성의당 이지원·이경옥·박보람·김주희 후보가 있었다. 후보들의 벽보가 훼손되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후보가 이에 당당하게 맞서고 완주했다는 것은 그만큼 페미니스트들의 맷집이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보로 도전한 다수가 20대 청년여성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확장과 도전, 당선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노력들도 시도됐다. 민중당에서는 지역구 후보 59명 중 28명(47.5%)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동수(parity) 공천을 실천했고, 녹색당과 여성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모두를 여성으로 공천했으며,2 정의당 또한 비례대표 후보 29명 중 18명(62.1%)을 공천하고, 1번부터 3번까지 상위 순번에 여성들을 배치하는 등이 그것이다. 정의당이 비례대표 후보 5명을 배출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정당들이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가 나타났지만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실천들까지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소수정당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당내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당내 페미니스트들의 정치세력화와 이를 통한 성평등한 정당으로의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페미니스트 여성후보의 벽보훼손 사건이나 돌멩이 사건 등에 대해 당내 페미니스트들이 정당을 뛰어 넘어 공동대응을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향후 초당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의 연대와 활동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호주제 폐지 등 여성과 관련한 수많은 법들은 16~17대 국회에서 정당을 뛰어 넘어 여성정치인들이 연대와 협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는 18대 국회부터 사라졌고, 현재 거대정당의 여성정치인들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20대 청년여성 페미니스트 정치인들은 초당적인 여성/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협력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별과 연령에 따른 투표율에 있어 최근에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19세부터 24세까지 연령대에서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전체 여성 투표율 또한 전체 남성 투표율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청년과 여성 집단을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집단으로 묶어놓을 수 없으며, 청년과 여성 스스로 그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의당이 한 달 만에 창당을 하고, 1만 당원의 약 80%가 10~20대 여성이고, 21대 총선에서 20만 표(0.7%) 이상을 얻었고, 청소년 모의투표에서는 정당지지율 4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현재 청년여성들이 정치세력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 집단이 향후 선거에서 미칠 영향력(voting power)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정치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 변화들은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들이 시도되고 모여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청년)여성들이 보여준 변화들은 더 큰 변화, 즉 한국정치의 새판 짜기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스트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 한겨레. 2019.05.24. “한국어 ‘#미투’ 게시글, 세계서 세번째로 많았다.” 
2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는 원래 5명이었는데 1명이 중도사퇴했다.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총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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