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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청소를 하는데 여행관련 업종이 아니다?

임대순 인천공항캐빈노조 위원장을 만나다

등록일 2020년04월06일 15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례 없는 상황인지라 혹자는 지난 98년 IMF 외환위기 수준과 비교하기도 한다. 원/달러환율이 순식간에 2,000원으로 치솟고 30대 대기업 중 13개가 줄줄이 파산하며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던 98년 외환위기와 비교된다는 건 현실이 얼마나 난국인지 알려주는 듯싶다.

 

문제는 여행, 관광, 공연업종을 비롯한 실물경제 분야다. 98년 외환위기가 아무리 어려웠다고 해도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가고, 타이타닉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었다(실제로 영화 타이타닉은 당시 국내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도 여행을 가지 않을 뿐 아니라 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며 아무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도 영화관에 가지 않을 뿐 아니라 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항공업계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지난 3월 16일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 관광숙박업, 공연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에 호텔, 항공사, 여행사 등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1만4000여 사업장, 17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강화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주의 경우 휴업수당 중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비율이 우선지원대상기업 기준으로 90%까지 확대되고 1일 지원한도는 6만6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된다. 고용·산재·건강보험료와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납부기한 역시 연장된다.
 

그럼 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 인천공항에서 지상조업을 하는 ‘인천공항캐빈노조’ 임대순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빈공항<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인천공항캐빈노조에 대해 소개부탁드립니다.
: 우선 지상조업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지상조업은 항공기가 착륙하는 순간부터 이륙할 때까지 공항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말하는데요. 비행기가 착륙하면 지상조업사들은 우선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화물을 신속하게 터미널로 운송합니다. 그 후에 항공기가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기내와 화장실을 청소하고 시트 등 각종 소모품을 교체합니다. 항공기에 연료를 주입하는 일도 지상조업사들의 몫입니다. 항공기의 휠, 타이어, 브레이크 점검과 교체 등 이용객의 생명, 안전과 직접 관련된 일 역시 지상조업사들의 업무죠. 그 중 인천공항캐빈노조는 한국공항으로부터 기내 청소를 도급받은 이케이맨파워 소속 노동조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위기라고 들었습니다. 인천공항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요?
: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에 개항했는데요. 지금이 가장 최악입니다. 하루 이용객 수가 19만 5천명에서 지금은 20분의 1로 줄어든 1만명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어요. 1만명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예전엔 저희가 하루 100대가 넘는 비행기를 청소했는데 지금은 일감을 찾아다녀도 겨우 20대 정도입니다. 이 숫자도 다음 달엔 더 줄어들 거고요. 지역 공항은 이미 한편의 운항도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심각한 상황이네요. 현 위기와 관련해서 사업장의 분위기는 어떤지요?
: 우선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차휴가가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무급휴가도 시행됐죠. 3월 말 계약이 만료되는 40여명의 노동자들이 권고사직 형태로 현장을 떠났습니다.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대응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워졌어요. 작업량 자체가 없습니다. 출근해도 할 일이 없어요. 이렇게 하늘길이 완전히 막혀버리니 회사에서 전혀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4월부터는 운항 편수가 더 줄어들 걸로 예상되니 회사도 노동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노동조합이 손도 못 쓰는 상태에서 정리해고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참담할 따름입니다. 어떤 동료들은 차라리 권고사직 당하고 실업급여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지난 3월 9일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여행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함으로써 고용유지지원금 혜택 범위를 넓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의 상당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어 관련 업계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 말씀하신 대로 여행업계는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었죠.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 역시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는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분명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여행 관련 업종으로 등록되지 않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행정상 이유만으로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인천공항의 태반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단지 업종코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건 탁상행정입니다. 현실을 몰라요. 지금 여행업계는 고용유지지원금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파견업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선 안 됩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노총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이스타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셧다운(영업정지)에 들어갔습니다. 쉬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더 손해라는 거죠. 공항 이용객 자체가 없다 보니 입점업체들도 매우 어렵습니다. 면세점은 손님보다 판매원이 더 많고요. 식당은 아예 손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임대료 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책은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정부에서는 대외적으로 임대료 감면을 활성화하는 ‘착한 임대인’운동을 장려하는 중이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는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책이 와 닿지 않습니다. 비단 항공업계만이 아니겠죠. 모두가 힘들 겁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하루만에만 8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네요. 인류가 하루빨리 이 바이러스를 극복해 다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임대순 인천공항캡빈노조 위원장

 

알립니다! 한국노총은 3월초 현장대응지침 및 대정부요구안을 발표하고, 고용노동부장관과 정책협의를 진행한데 이어,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노총산별간 정책협의를 열어 산업정책 개선 및 지원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무분별한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실무정책협의도 개최합니다. 어려움을 겪는 조직에서는 각 상급단체에 요구사항을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승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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