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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민정연(꽃다지 기획자)

등록일 2020년04월06일 14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소금꽃나무 : 어디 있는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

 

늘 차들로 가득 차 있던 사무실 앞 도로는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바뀐 풍경이 많습니다. 때로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기적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압도되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게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걸 더 많이 꿈꾸게 되는 건 사람들이 보여주는 작은 배려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필요한 이에게 주라며 건네는 마스크 몇 장,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좀 더 낙관하며 이 위기를 극복해보자고 서로 용기를 내게 됩니다.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감염의 위험에 맞서 싸우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입니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의 등에는 너나없이 소금꽃이 피어있었습니다. 방진복을 입고 일하기 때문에 땀이 차서 소금꽃이 핀 옷을 갈아입을 짬도 없이 마스크 착용으로 얼룩진 얼굴로 ‘나는 괜찮다.’를 거듭하며, 우리를 안심시키는 의료진을 보며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의료진의 등판에 피어난 소금꽃을 보노라니 "아침 조회 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 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 나무 같곤 했습니다. 그게 참 서러웠습니다. 내 뒤에 서 있는 누군가는 내 등짝에 피어난 소금꽃을 또 그렇게 보고 있었겠지요."라던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코로나 19에 맞선 의료진과 일상을 되찾기 위해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애쓰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노래 ‘소금꽃나무’를 소개합니다.

노래 ‘소금꽃 나무’는 가수 임정득이 만든 노래입니다. 노랫말은 위에 소개한 글귀가 들어있는 책 <소금꽃 나무>를 읽고 발췌하여 썼다고 합니다. 

 


▲ 임정득 1.5집  당신과 상관없는 노래 
 

학창 시절 민중가요노래패 활동을 했던 임정득은 졸업 후에 노래패 ‘좋은 친구들’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쯤에 솔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불러주는 이도 없고 아는 이도 없었겠지요. 노래패가 아무리 유명하고 오래 활동해도 그 속의 가수 개개인을 기억하지는 않으니까요. 노래패활동을 할 때는 노래를 만드는 창작 담당자도 있고 일정을 관리하는 기획담당자도 있으니 노래만 열심히 하면 되었을 테지요. 막막했을 겁니다. 그녀는 무작정 투쟁사업장을 찾아갔다 합니다. “저기, 저는 노래하는 사람인데요. 혹시 저 여기서 노래 부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오는 낯모르는 작은 사람을 보고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처음엔 “뉘신지요?”라며 경계하는 반응이 많았을 겁니다. 그녀의 꾸준한 방문에 마음의 빗장을 열고 ‘같은 편’ 동지로 맞이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대구를 근거지로 하던 임정득이 자주 가던 현장 중의 한 곳이 한진중공업이었습니다. 우리가 ‘희망 버스’로 기억하는 그 현장에서 그녀도 많은 희망을 나누었고 ‘소금꽃 나무’가 만들어졌습니다. 

 

‘소금꽃 나무’는 2011년 가을에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2015년에 발표한 임정득 1.5집 <당신과 상관없는 노래>에 수록되었습니다. 간결한 피아노 선율에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듣노라면 누군가 어깨를 감싸며 건네는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위로를 전하며 노래하는 임정득의 음악 세계도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짝에 흘린 땀방울이 만든 소금꽃이 아니어도 누구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마음속 소금꽃 나무를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소금꽃 나무
 

저 지친 어깨에 가족들 생계를 업고 밤엔 절망으로 쓰러지고 
아침이면 어디 있는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 
서러움 머금은 땀방울 등 뒤에 몰래 스며 하얗게 꽃을 피우고 
말하지 못했던 슬픔과 내 앞에 놓인 절망 그 속에 희망을 찾아서 하얗게 피어난 소금꽃 


눈부신 열매를 맺고도 가질 수 없는 슬픔에 다시 꽃을 피워내는 그대여 

아침이면 어디 있는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기를 쓰고 버텨온 사람들 
서러움 머금은 땀방울 등 뒤에 몰래 스며 하얗게 꽃을 피우고 
말하지 못했던 슬픔과 내 앞에 놓인 절망 그 속에 희망을 찾아서 하얗게 피어난 소금꽃 


눈부신 열매를 맺고도 가질 수 없는 슬픔에 다시 꽃을 피워내는 그대여 하얗게 피어난 소금꽃 
눈부신 열매를 맺고도 가질 수 없는 슬픔에 다시 꽃을 피워내는 그대여 하얗게 피어난 소금꽃 
눈부신 열매를 맺고서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저 거친 세상 속으로

저 지친 어깨에 흐드러진 꽃을 피우는 그대는 소금꽃 나무

 

#소금꽃나무 #임정득 #민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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