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매년 노인요양병원 등 노인관련시설의 화재 사건을 뉴스에서 마주하게 된다. 특히 2014년 장성효사랑노인요양병원의 화재는 많은 목숨을 앓아간 대형 참사이기도 하다. 이 사건을 통 해 노인요양병원의 시설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던 것은 입원자 중 대부분이 만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 한 장기요양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쟁점은 노인요양병원 기능의 적절성에 대한 부분이다. 의료기관임에도 요양서비스의 주된 기능을 하고 있는 노인요양병원의 문제는 노인장기요양제도의 한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노인돌봄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면하고 있는 노인요양병원의 기능문제와 노인장기요양제도의 관계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노인요양병원의 명목적 기능 상실
노인요양병원은 의료법에 근거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성 질환자와 장애가 있는자에 대한 입원, 외래 및 재활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요양병원의 서비스 이용자는 주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자이며, 본인 및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의학적으로 치료가 종결될 때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은 노화 및 노인성질환에 신체적, 정신적 기능저하로 거동이 불편한 자에 대한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등의 요양서비스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입소 자격은 장기요양 1,2등급, 3등급 중 치매 등 특별한 사유로 등급판정위원회가 시설요양대상자로 인정한 자에 한해 주어지고 있다. 이처럼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음에도 실제 노인요양병원의 43.2%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로 나타나고 있다(노용균, 2012). 이는 노인요양 병원의 40% 이상이 의료요구도가 낮은 노인요양시설에 적합한 대상자라는 것이며, 노인요양병원의 기능이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적 기능에서 벗어나 요양서비스 제공이라는 사회적 입원으로 왜곡되어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간요양병원의 난립
노인요양병원이 사회적 입원으로 왜곡되는 원인 중에 민간 노인요양병원의 난립과 이로 인한 과열경쟁을 꼽을 수 있겠다. 노인요양병원이 의료기관으로써의 명목적 기능에서 벗어나 수익확대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사회적 입원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요양병원의 기능왜곡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 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노인요양병원은 특별한 규제 없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는데, 2008년 690개였던 요양병원이 2019년 상반기 기준 1,571개소로 228% 증가했다(건강보험공단 2019). 노인요양병원 병상 수의 급격한 증가로 우리나라는 OECD 중 가장 많은 노인요양병원 병상을 보유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요양병원의 난립과 과열경쟁에 대한 대처로 노인요양병원은 의료요구도가 낮아 전문적인 의료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장기입원의 가능성이 높아 수익창출에 효과적인 사회적 입원에 집중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장기요양 노인이 노인요양시설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돌봄을 받는 사회적 입원이 확대되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 급여량의 불충분성
현재 장기요양등급 1등급의 경우, 방문요양 서비스만 이용했을 때 하루 최대 4시간만 이용 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돌봄 제공자로서 가족 기능의 한계라는 사회적 욕구에 의해 도입된 것임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급여량은 충분치 않고 여전히 가족에게 돌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된다. 이처럼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백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은 재가요양을 포기하고 시설요양을 택하게 된다. 여기에 1, 2 등급을 받지 못한 인정자 중 가족의 돌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때 입원에 제한이 없는 노인요양병원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설요양 서비스에 대한 자격이 제한적인 노인들 중 노인을 돌보기 어려운 가족은 의료적 조치에 대한 욕구가 없음에도 의료기관인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여 노인 돌봄을 해결하는 사회적 입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의미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불신
더불어 노인요양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에 대한 우려도 노인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이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설입소자가 노인요양병원으로 이동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보호자의 불신이라고 한다(김진수 외, 2013). 결국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의 선택이 입소자의 의료 또는 요양서비스 요구에 기초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명시적으로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의 역할에 맞게 입소자의 자격을 엄격히 구분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인요양기관 간 서비스 연계체계 구축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요양병원 입원자 중 노인요양시설로의 전원이 필요한 사례에 대한 기준과 체계를 마련하여 의료서비스에서 요양서비스로의 욕구변화에 따라 적합한 요양 기관으로 서비스 연계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요양병원의 난립을 막고, 사회적 입원 중심의 기능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상에 노인요양병원 대상자로 정하고 있는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병원과 노인요양 시설에서 장기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를 판정하고 이에 근거 해 노인요양병원 입원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려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인장기요양 급여량을 현실화해야 한다. 3등급의 시설이용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을 때, 실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 노인요양병원 입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재가요양을 포기하지 않도록 수급자의 욕구에 충실한 노인장기요양 급여량은 충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1년 빨리 2018년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했고,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은 잘 알고 있다. 제도의 도입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당면한 현실과 제도의 정합성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제도 개 선을 해나가야 한다. 존엄한 노후를 위해.
#요양병원 #요양원 #사회적입원 #장기요양보험제도 #고령화 #돌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