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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가 장사치인가

등록일 2019년12월11일 14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종환 한국노총 대변인실 국장

 


 

대학을 졸업하고, 중견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게 됐다. 모든 것이 어리바리했던 신입사원 시절,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신문사입니다. □□ 회사가 저희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대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잠깐 통화를 멈추고 옆 자리 선배에게 통화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구했다. 선배는 “그거 다 장사하려고 하는 거야. 결국은 광고 좀 달라고 할 거야.”라며 적당히 끊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전화를 이어받자 광고를 진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벌써 13년 전 이야기지만, 수상을 미끼로 광고비를 챙기는 언론의 행태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서울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자체가 2014년 이후 ‘돈 주고 상 받기’로 언론사가 주최한 시상식에 쓴 예산이 정보공개청구로 확인된 것만 41억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돈 주고 상 받은’ 곳이 비단 지자체뿐일까?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를 고려 주최사인 언론사가 홍보·광고비 명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매체 수입의 60% 이상이 광고비로 충당되는 구조 속에서 언론의 광고 영업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본능적 행위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방송 시청률과 종이 신문의 구독률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언론사가 가져가는 광고비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방송(지상파, 종편, 유료종합채널)의 경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방송통신광고비조사에 따르면 방송 시청률은 2014년 65.28%에서 2018년 60.22%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광고비는 4조1850억 원에서 4조1570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종이 신문의 경우, 2018년 기준 신문 구독률은 9.5%에 불과했다. 2011년 구독률 24.8%에 비교하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광고비는 겨우 3.2% 가량 감소했다. 한국언론재단이 2018년 조사해 발표한 ‘신문산업실태조사(2012~2018년)’에 따르면 2011년 종이신문의 광고 수입은 2조2천억 원이었으며, 2017년에는 1조9천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6년 간 710억 원 정도 감소했다. 신문 구독률의 급격한 감소에 비하면 광고 수입 감소는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신문의 발행 부수에 숨어있다.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이 2011년과 비교해 1/3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에도 광고비 책정의 기준이 되는 발행 부수는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시청률이 자동으로 집계되는 방송과 달리 종이 신문의 발행 부수는 신문사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한 데이터를 한국 ABC 협회라는 곳에서 인증한다. 협회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실사, 확인한다고 하지만, 요식행위에 그친다. 그러다 보내 신문사에서는 버리는 한이 있더라고 종이 신문을 찍어내 발행 부수를 뻥튀기하는 것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공짜뉴스는 없다’ 편을 보면 실제 구독수에 비해 두 배 가량의 신문이 매일 발행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폐지로 처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신문사 입장에서는 아까울 것이 없다. 절반 이상이 버려진다고 해도 늘어난 발행 부수에 다른 광고비 수입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신문사가 발행 부수를 뻥튀기해 늘리면 광고주들은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고, 신문사들은 다시 광고주들을 위한 기사로 보답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완벽한 경언유착이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는 광고료를 지불하지 않거나 지불할 수 없는 계층은 철저히 언론에서 소외되어 왔다.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광고비를 대는 권력과 자본, 기업을 대변한다. 노동과 노동자의 편에 선 언론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단지 ‘돈’ 때문이라는 사실이 서글프다. 언론에게 묻는다. 언론인가 장사치인가?

 

#언론 #광고비 #정언유착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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