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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

등록일 2019년11월14일 15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60쪽 / 1만4천원)

 
버티는 것만이 정답이라 여겼던 남자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의 작가 김혜진이 2년만에 신작 장편소설 <9번의 일>을 발표했다. 전작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어머니의 노동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갔던 작가는 이번에 발표한 신작에서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근속한 “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저성과자로 분류돼 세 번째 재교육을 받기 직전인 “그”는 부장에게 권고사직을 권유받고 있으며, 내심 연장자가 회사를 나가주길 바라는 동료들의 마음도 알고 있다. 이렇게 버틴다고 해도 세 번째 교육이 끝나고 평가 점수가 나오면 업무나 업무지가 바뀔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마련한 빌라의 대출금과 고3인 아들의 교육비, 부모님의 병원비와 생활비등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은 쉽사리 일을 그만둘 수 없게 한다. 아니 그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리 먼 곳으로 내쳐지고 그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주어지고 월급이 삭감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온정이 경고장으로 되돌아오고, 결국 “그”는 본사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 되어 변두리의 한 소읍 ‘78구역’까지 밀려나게 된다.
 
9번이 된 남자의 이야기
 
작가는 자신의 회사와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열심히 살아온 한 남자가 저성과자가 되고 권고사직을 거푸 받으면서 결국은 78구역의 9번 남자가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러나 목을 조이듯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통신회사 노동조합을 취재했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는 아내, 이기적이라고 내모는 후배, 다른 삶을 권유하는 동기, 회사의 주구로 보는 여러 시선들 속에서도 “그”에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선택은 없었다.

“그”는 옳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판단하기 보다는 회사직원이기 때문에 회사가 시키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한다. 여기까지 버티고 왔으니 자신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그 끝에서 무엇과 마주하게 될지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단숨에 읽고 나면 책장을 덮고 나서도 컴컴한 산길을 올랐던 “그”의 선명한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붙잡고 있던 일이, 그 일을 무너뜨리는 그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는 어떤 일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버리는지,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해 바라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버리는지 결국 깨닫게 되는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대한민국은 어디로 (김동춘 지음 / 북인더갭 펴냄 / 332쪽 / 1만5천8백원)
- 밀레니얼 선언 (맬컴 해리스 지음 / 생각정원 펴냄 / 456쪽 / 1만8천원)
- 진실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 돌베개 펴냄 / 208쪽 / 1만3천원)
-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김신현경 외 지음 / 반비 펴냄 / 224쪽 / 1만7천원)
- 공정하지 않다 (박원익 외 지음 / 지와인 펴냄 / 328쪽 / 1만5천8백원)
- 래디컬 마켓 (에릭 포즈너 외 지음 / 부키 펴냄 / 472쪽 / 2만5천원)
 
 
* 한국노총디지털도서관 홈페이지: http://inochong.egentouch.com
  한국노총 디지털도서관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fktulib
 
#한국노총 #9번의일 #김혜진 #노동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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