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헌 前 노동자신문·노동일보 기자
이른바 ‘조국대전’으로 불리는 이번 국면의 시작은 일본정부의 반도체부품 수출규제로 촉발한 한일갈등이었다. 거기서 일본 편을 들다가 궁지에 몰린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등이 법무장관후보 조국을 표적삼아 대반격을 시도했고 그 결과 기사회생, 정세반전이 이뤄진 것이 지금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제1라운드는 한일전, 2라운드는 언론대란(청문회국면), 3라운드는 검찰대란(촛불시위)이라고 규정함이 맞겠다. 그 과정에서 친일파, 기자들, 검사들이 차례로 떠올라 한 세기가 넘도록 한반도를 지배한 진정한 기득권, ‘100년 권력’의 실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불매운동과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있다. 특히 이쪽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진보, 개혁진영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촛불시위에 적극 나서거나 지지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사람들 심지어 적대감을 표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내 주변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열에 아홉은 촛불시위에 참여하거나 적극 지지했다.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한 대학 선, 후배나 젊은 시절 뜻을 함께 했던 노동일보 후배들만 그런 게 아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기들도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생각이 같다. 은행노조 동료들 그리고 지금의 3·1운동 관련 활동가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대다수 페이스북 친구들도 마찬가지다(특히 기자들의 경우 현직들과 달리 전직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입장인 것 또한 흥미롭다.).
이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이들 대부분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조국이나 문재인을 숭배하지도 않는다. 다만 친일잔당들과 거대언론, 검찰의 작태에 분노했을 뿐이다.
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 깨어있는 시민들이라고 믿는다.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편에 속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면 어떨까. 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민주주의. 굳이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따진다면 가장 큰 공통분모는 ‘반독재’ 즉 친일·군사독재 유산 청산에 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일반적인 민주주의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가 있을 뿐이다’라고 언젠가 배웠던 것도 같다. 그렇게 따지면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200년 전 프랑스혁명의 깃발이었던 자유, 평등, 박애(연대, 상생)는 아직껏 실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는 현실에 나타난 적이 없음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자신은 사회주의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실제로 어떤 것인지 말할 수도 없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시민들을 냉소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도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이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 또한 이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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