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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들'을 쓴 마가복음

등록일 2019년11월14일 13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 컨설턴트

 


 
 
 
 
 
 
 
 
 
 
 
 
 
 
 
 
 
 
 
 
(중세인들이 그린 마가의 초상화. 하지만 신약성서의 마가복음의 저자는 미상이다.)
 
기독교 경전 중 하나인 신약성서의 마가복음은 마가(Mark)가 쓴 게 아니다. 마태, 누가, 요한 등 신약성서의 다른 복음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복음서를 누가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사실은 4개 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인 게 마가복음으로 서기 66~7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예수가 십자가 형으로 죽은 때가 서기 30년 즈음이니 예수가 죽고 30~40년이 흐른 다음 쓰인 것이다. 마가복음이 쓰이던 시기는 제1차 유대-로마 전쟁(66~73년)과 겹친다. 서기 70년 로마군은 예루살렘을 함락시켰지만, 이후에도 유대민족의 독립전쟁은 3년을 더 끌었다.

마가복음이 쓰이기도 전에 예수가 재림하여 로마제국을 비롯한 현세의 모든 권력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설파한 이가 있었으니, 사도 바울(Paul)이다. 서기 5년에 태어나 67년 이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바울은 지금의 터키와 그리스에 있던 교회들을 위하여 여러 편지를 남겼다. 그 중 일부는 4세기 초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할 때 성서에 정식으로 편입된다.

신약성서를 구성하는 27개의 글 가운데 바울의 이름으로 쓰인 게 14개나 된다. 그 중 진짜로 바울이 쓴 것으로 인정받는 것은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데살로니카전서, 빌레몬서 7개다.

바울 신학의 정수로 기독교 종교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로마서는 55~57년 즈음 쓰였다.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는 54년, 바울이 쓴 최초의 편지인 갈라디아서는 40년대 말 혹은 50년대 초, 데살로니카전서는 52년, 빌립보서와 빌레몬서는 바울이 로마에 있던 62년 쓰인 것으로 보인다.

예수의 탄생과 삶을 묘사한 4대 복음서보다 바울이 쓴 편지들이 먼저 쓰였다. 살아 있는 예수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바울이었기에 그의 신학에서 예수의 역사적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바울 신학의 출발점은 예수의 죽음이었고, 그 종착점은 예수의 재림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바울이 쓴 편지에는 인간 예수에 대한 묘사가 하나도 없다. 그에겐 그리스어인 크리스토스(Χριστos)로서의 예수가 중요했다. 지상의 예수는 사라지고 천상의 기독(基督)만이 남은 것이다.

로마에서 바울이 죽은 직후 일어난 제1차 로마-유대 전쟁으로 예루살렘이 초토화되기 직전 쓰여진 마가복음은 세례 요한의 제자가 된 예수의 삶을 묘사하는 대목으로 시작된다. 물론 바울 신학의 영향도 눈에 띄는데 세례를 받은 예수에게 성령(the spirit)이 임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예수를 만난 적 없는 바울은 육체(the flesh)가 아닌 정신(the spirit)에서 종교적 정통성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가복음은 예수의 빈 무덤, 예수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예수가 하늘로 올려져 “하나님 오른쪽”에 앉았다는 구절로 끝난다.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가 신이 되었다는 바울 신학을 결론에서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신의 아들이기 전에 ‘인간의 아들(the son of man)’을 강조한 마가복음의 16개 장들은 예수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중에 쓰일 누가복음, 마태복음, 요한복음의 저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성인이 된 예수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마가복음에는 동정녀 마리아나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기억하는 예수 탄생의 전승들은 마가복음 이후에 조작된 것이다. 바울이 만든 신학적 예수가 아닌 사람의 아들인 역사적 예수를 알고 싶다면 마가복음을 읽어야 한다.
 
#한국노총 #마가복음 #역사적예수
 
월간 한국노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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