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태풍 지나고 하늘이 부쩍 높다. 태양을 가릴 구름도 없어 한낮 볕이 따갑다. 아침 출근길에 챙겨입고 나온 카디건은 쓸모를 잃고 손에서 덜렁거렸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이 여태 쓸모가 많아 신호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점심시간 공원 산책길엔 나무 그늘 아래로만 줄이 길다. 모자에 선글라스 차림 멋스러운 사람은 손으로 챙 깊이 눌러 혹시 모를 빈틈을 막는다. 찡그린 표정으로 거수경례하며 걷는 사람들이 길에 많다. 그 볕에 온갖 나무 무성한초록 잎이 반짝거린다. 대추가 익어간다. 한길 가 인도에는 은행이 떨어진다. 그늘 찾아 그 아래 섰던 사람이 은행 열매를 밟고는 깜짝 놀라 깡총 걸음으로 자릴 뜬다. 구수한 냄새가 짙다. 그늘에 들면 그래도 선선하니 부쩍 가을인데, 한낮 땡볕 아랫자리가 여태 모질다. 그 자리, 부쩍 자란 풀을 깎느라 허리 굽은 조경 관리 노동자의 일터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없고 일거리가 많다. 사람들은 이래저래 피하느라 바쁜데, 눈부신 가을볕 아래 온갖 풀 말고도 태양광 발전 설비 현황판 숫자가 부쩍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