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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장투부터 바로잡자

우리말글을 좀먹은 일본잔재 청산

등록일 2019년10월02일 09시4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오필민 칼럼리스트 

 


 

우리말글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글의 영향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글로 공부한 지식인들이 해방 후 자신이 배운 글투로 한글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글자는 한글로 바뀌었으나 그 문장은 여전히 일본식이다. 그 영향으로 일본 문장투인지도 모른 채 우리 문장처럼 여기고 지금까지 쓰고 말한다. 일본 문장투라 해서 무조건 배척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살렸다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말글을 더럽혔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 뿌리가 깊어 쉽게 고치기 힘들다.


피동조동사라고 부르는 ‘진다’, ‘된다’, ‘되어진다’, ‘불린다’는 일본말이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물론 정신까지도 멍들게 한다. 한때 지하철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은 열려지지 않습니다.’ 언뜻 읽으면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아니고, 글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문은 ‘열려지지’ 않는 게 아니라 ‘열리지’ 않는다. ‘부정부패는 뿌리 뽑혀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뽑혀져야’도 마찬가지다. 부정부패는 뿌리 ‘뽑아야’ 하든지 ‘뽑혀야’ 옳은 말글이다. ‘농성천막에 현수막이 붙여져 있다’가 아니라 ‘붙어 있다’가 바른 우리말이다. ‘입시비리는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말고,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자. ‘진다’라는 일본글투는 빼야 뜻도 정확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운 가락도 산다. 이 피동조동사는 사람을 주인이 아니라 ‘피동’, 노예의 삶을 강요하는 말투이고, 우리의 정신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된다’는 ‘한다’로 바꿔야 옳다. 노동악법은 ‘폐지돼야’ 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손으로 ‘폐지해야’ 한다. ‘은폐되고 조작된’ 자료가 아니라 ‘은폐하고 조작한’ 자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교섭창구 일원화는 ‘재검토돼야’ 하는 게 아니라 ‘재검토해야’ 맞다. 그래야 우리말글을 좀먹은 일본잔재를 청산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된다’와 ‘진다’를 합친 ‘되어진다’는 당연히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어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졌다’고 말하지 말고, ‘가슴에 각인됐다’ 또는 ‘가슴에 새겼다’라고 문장을 바꾸면 어떨까.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되어진 투쟁’ 말고 ‘계획하고 준비된(한) 투쟁’을 하자. ‘투쟁으로 건설한 민주노조가 이렇게 되어진 까닭이 뭘까’가 아니라 ‘이렇게 된 까닭’을 생각하자.

 

‘불린다’는 ‘부른다’라고 바꾸자. ‘민주노조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 민주노조라고 ‘부르는’ 게 어떤가. 어용간부라고 ‘불리던’ 사람이 아니라 ‘부르던’ 사람이다.


‘~에 있어서’도 일본 문장에서 왔다.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서 단체협약 체결’이 중요한 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에서 단체협약 체결’이 중요한 일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소통에 있어서’가 아니라 ‘조합원과 소통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자. ‘사법개혁 능력에 있어서는 의심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다만 ‘능력에 있어서는’이라고 쓰지 말고 ‘능력은’이라고 딱 부러지게 우리말글로 쓰자. ‘~에 있어서’를 일본어투에서 가져와 우리 문장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일본책을 읽으면 유난히 ‘の’, 우리글로 바꾸면 ‘의’라는 글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의’를 문장에서 연달아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 ‘의’를 생략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나의 집’이라고 말하지 않고, ‘내 집’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야’라고 연인에게 고백하지 않는다.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야’라고 속삭인다. ‘교섭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기보다는 ‘서로 입장을’ 확인하는 것은 어떨까.

 

‘금융권의 최초의 노동조합’보다는 ‘금융권 최초의 노동조합’이 좀 더 자연스럽다. ‘우리 노동조합의 최대의 장점’을 찾지 말고, ‘우리 노동조합 최대의 장점’이나 ‘우리 노동조합의 최대 장점’이라고 쓰자.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맞춤법이 좀 틀리고, 문법이 엉성하면 좀 어떠랴. 문제는 정신이다. 우리말글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일제강점기의 잔재. 한 대학교수가 수업 중 위안부 관련 망언을 했다. 우리말글을 병들게 한 일본말을 다시 돌아본 까닭이 여기 있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아직도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어 분노와 서글픔이 들어서다.

월간 한국노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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