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밟기
얼음길 녹아 비릿한 흙냄새 좀 오른다. 혹독했던 추위 가시고 볕 드는 맨땅이면 질퍽질퍽하니 어느새 봄기운이다. 겨우내 묵은 이불 먼지 탈탈 털어내고, 집 안팎도 쓸고 닦아 사람들은 비로소 한 해 살이를 시작한다. 새해 첫날 다짐했던 온갖 굳은 약속이 벌써 흐릿하니 음력 정월 둥근달이 밤하늘에 휘영청 뜨기를 바란다. 소원지에 새길 몇 마디를 적느라 고민이다. 건강하기를, 웃음 넘치기를, 또 살림살이 궁핍하지 않기를 바라는 언젠가의 마음을 거기 또 새겼다. 덩따궁따 삼채장단 두들기며 색동 옷차림 치배가 서울 마포 성산동 골목을 누빈다. 주인 주인 문 여소, 복 들어가니 문 여소. 썰매 탄 아이언맨이 미끄러지던 앞길을 대걸레 든 사람들이 열심히 닦았다. 적폐청산, 그새 흐릿해진 바람 새겨 담은 힘찬 걸레질 끝에 문이 열렸다. 올림픽 결승전 같은 환호가 터졌다. 마당 구석구석을 꾹꾹 밟았다. 잡귀야 물러가라, 껍데기는 가라. 불붙인 소원지가 하늘로 솟았다. 액막이 타령 뒤따라 휘모리장단 곧 몰아쳐 신명 높이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