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코앞
끼니 때울 생각에 햄버거 가게 문 열고 들어서는데 거기 우뚝, 키 큰 키오스크 단말기만 병풍처럼 섰다. 안녕하세요, 그 흔한 인사 대신 918번 주문을 확인하는 목소리만 뒤쪽에서 크다. 주문받던 노동자는 이제 버거를 만들고 감자를 튀기려나. 몇 번 봤어도 통 익숙지 않은 단말기 앞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따위 익숙한 음식을 고르느라 애먹는다. 누구 편하자고 하는 일인지가 궁금했다.
음식이 준비되는 그 짧은 틈을 가만 놀리지 못해 사람들은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목이 굽는다. 923번 또 몇 번 손님 부르는 소리를 놓칠까 종종 머리 위 모니터를 살핀다. 카똑! 소리에 고개를 까딱거린다. 조건반사다. 고기 굽는 냄새에 침이 고인다. SNS를 뒤적인다. 거 무슨 말만 하면 알아듣는다는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를 싸게 판다는 소식에 군침을 흘린다. 정보혁명이며 초연결사회 따위는 어디 먼 곳 얘기였고, 한참 나중 일이었는데, 훌쩍 코앞이다. 패스트푸드점답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에 대한 얘기는 오래도록 술자리 안주였으나 이제 진지한 토론 주제 대접을 받는다. 온통 로봇으로 돌아가는 공장은 오래된 미래다. 소설을 쓰고, 바둑을 두고, 아픈 곳을 진단해 처방을 내리는 그 어떤 존재를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