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다
광장에서 서명운동 판을 지키던 사내는 잔뜩 몸을 웅크렸다. 손을 싹싹 비볐다. 굳은살 박인 주름진 손이라고 한파를 어쩔 수가 없다. 철판 깔고 나선 얼굴이었지만 칼바람을 견딜 도리가 없었다. 핫팩으로 잠시 달랬다. 힘들여 일군 일터는 잦은 풍파를 겪었다. 임금체불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공장을 떠났다. 기업사냥꾼은 고액의 보수와 활동비를 챙겼다. 기계는 멈췄다. 녹슬어갔다. 피가 끓었다. 경영정상화 촉구하며 길에 나선 노동자는 이 겨울 볼이 시리다. 피가 식는다. 속이 쓰리다. 물 빠진 몸자보 등에 달고 오늘 또 여기저기 길을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