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국 앞에서
불쑥 바람이 선선하다. 하늘이 부쩍 높다. 훌쩍 가을 앞이다. 사람들은 오늘 또 어김없이 서울역사 기차표 예매 창구 앞에서 긴 줄을 견디며 꾸벅꾸벅 졸았다. 졸린 눈 부비며 컴퓨터 앞을 찾은 사람들이 6시 정각을 초단위로 살폈다. 마우스 위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귀성 전쟁의 전초전이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앞이다. 한 아름 선물 싸 들고 기차와 버스에 오르던 건 옛일이다. 큰 짐을 덜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큰 짐을 진 사람들이 바쁠 테다. 컵라면에 김밥으로 어느 새벽 주린 속을 달랠 테다. 폭주기, 특별기 물량 소화하느라 늦도록 달리고 달릴 테다. 풀썩, 그러다 풀잎처럼 쓰러져 하늘을 본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겸배하느라 동료의 오토바이가 더 늦도록 달리고 달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