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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혐오

등록일 2016년06월21일 16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남대교 건너 양재동 가는 넓은 길엔 사람도 차도 많았다. 꽉 막힌 도로에서 사람들은 난폭한 끼어들기 솜씨를 경쟁했고, 경적 소리를 경연했다. 창문 틈으로 손가락질해댔고 쌍소리를 주고받았다.

 

분노의 질주는 거기서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 길 어느 지하철역 출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 고개 숙였고, 갖가지 색 메모지를 유리 벽에 빼곡하게 붙였다. 근조 화환이 길게 줄 섰다. 어느 참담한 죽음에 대한 애도의 행동이었는데, 그 번화한 거리에서 꽤 낯선 풍경이었다. 여성 혐오 범죄였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땡볕 아래 길에서 울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그 틈을 비집고 번쩍거렸다. 그 길 저 앞에 우뚝 선 굴지의 자동차 회사 정문 앞이 오늘 또 난리 통이었다. 기자회견 현수막을 두고 벌어진 다툼은 악다구니로 번졌다. 경찰에 밀리고 사지가 들려 나간 사람들이 굵은 땀을 흘렸다. 등에 붙인 영정이며 선전 글귀엔 소금 꽃이 피었다.

 

노조파괴 사태 해결하라고 상복 입은 사람들이 외쳤고, 보잘 것 없는 분향소를 지키느라 길바닥에 오래 앉았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기자가 적었다. 용역업체 직원이, 또 경찰이 대신 많았다. 광고주는 힘이 셌다. 노조 파괴는 끝내 참담한 죽음을 불렀으나 죗값을 치른 자가 없었다. 노조 혐오 범죄를 둘러싼 익숙한 풍경이다.

 

정기훈 사진작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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