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어두워 곧 눈이 내렸고, 거기 젊은이들은 가만 앉아 눈사람이 됐다. 무릎 겨우 가린 솜이불에도, 그 옆 소녀상에도 소복 눈은 쌓였다. 교복 차림 소녀가, 또 엄마 손잡은 소년이 그 앞에서 얼음, 멀뚱 선 채 생각에 잠기곤 했다. 느린 걸음 걸어와 지킴이들의 겨울나기를 수줍게 응원했다. 노란색 목도리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다 보면, 달랑달랑 노란색 작은 리본이 그 바람에 흔들렸다. 동그란 버튼에는 애초 우리의 교실을 지켜주세요라고 새겼지만, 소녀상을 지켜달라고도 삐뚠 글씨 보태어 적었다.
봄날 개나리꽃을 닮아 화사한 노란색이 아프게 겹친다. 그건 마치 회차만 비워둔 어느 연례행사 현수막처럼 곳곳에 자주 걸린다. 어색함이 없다. 사람들은 더불어 위로를 주고받는다. 간절한 바람을 함께한다. 이 겨울, 거리에서 사람들은 기억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것들을 잔뜩 품고 가만 섰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와 진상도 여태 알지 못하는 언젠가의 참사 때문이다.
지난 세월 더는 묻지 말자고, 이제 그만 묻고 가자고 어떤 엄마와 어느 어버이들이 옆자리에서 떠들었지만 꿈쩍도 않고 청년들은 홑겹 비닐 쓰고 한파를 견뎠다. 틈틈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농성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