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일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했고 선을 넘나들었다. 얕은 턱 하나 넘는 게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던지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비현실적인 장면이라고 카메라 든 사람이 상기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랜 편견과 금기가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상상력을 옥죄던 사슬의 고리 하나가 그 날 툭 하고 끊겼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박한 꿈을 펼쳤다. 한때 불온한 것으로 여겼던, 입 밖에 내길 꺼렸던 이야기들이다. 소풍 가겠다, 옥류관 냉면을 먹겠다, 개마고원 종주를 하겠다고 즐겁게 읊었다.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 유럽을 가겠다는 바람도 빠지지 않았다. 긴 휴가를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이르러 김이 새고 만다. 장시간 노동 현실이 여전하다. 산재율과 실업률이 마냥 높다. 노조 탄압이 여전하다. 또 하나의 턱이 턱없이 높다. 노동에 대한 오랜 편견과 금기 따위도 무너지길 희망한다. 그 자리에 다만 상상력과 노조 조직률이 높기를 바란다.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