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분명 몸싸움이었지만 실은 계산된 몸짓에 그친다. 거리의 숱한 청와대 진격투쟁은 대개 의지의 표현이었다. 모를 리 없는 노동부 장관은 웃음 띤 얼굴로 소란 통을 헤치고 나갔다. 그 자리 삭발하고 농성 중인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악수했다. 카메라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눴다. 빈손 둘 곳 없었던지, 자꾸만 위원장 손을 살갑게 잡았다. 나서는 길, 옆자리에서 선전물 들고 항의시위 벌이던 간부의 손도 빼놓지 않았는데 반응이 싸늘했다. 내민 손 머쓱했지만, 웃음 잃지 않았다. 빈손으로 돌아갔다지만 그림 몇 장은 남겼다. 사진은 작정하고 만든 그림 앞에서 종종 무기력하다. 사진 한 방 찍으러 왔느냐는 항의는 그 지점을 파헤친다. 알면서도 말려든다. 프레임이라 쓰고 올무라고 사람들은 읽는다. 파도 아래 보이지 않는 와류가 무서운 법이다. 휩쓸리기 십상이다. 여기저기 파도가 높아 위태로운 여름이다